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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물들/여행

[5시간 후 떠나기] 어떤 인팁새끼의 충동 여행(며칠 살다오기) 지름 팁



이것은 인팁의 전반적 특징이라기보단, 내 얘기다.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INTP도 있고 나처럼 가끔은 이곳을 탈출하여 온전히 새로운 데 안 갖다 놓으면 미치는 (외향직관, 혹은 Ne가 매우 발달한) 인팁도 있다. 그리고 현재 반백수 새끼라서 다른 사람들이 여행다니지 않는 시기에 저렴하게 떠날 수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아래에 쓰는 기록은, 가장 저렴하게 여행하기 위한 방법은 아니지만, 그래도 충동적으로 막 떠나는 것치고는 매우 저렴하게 여행하는 방법이긴 하다.

1. 여하튼 여행병이 도졌다.

사실, 정확히는 딱히 어디 떠나고 싶은 게 아니라, 살고 싶어졌다. 내가 사는 동네의 공기가 너무 나빠져서 그런 건지, 만물이 그냥 헬적화돼서 그런건지, 쉽게 피곤해지고 아프다. 소화도 잘 안되고 어깨나 등, 근육 여기저기가 아프며, 하루 종일 머리가 맑지 않아서 뭘 하기가 힘들다.

시한이 다 됐다. 잠시 독소를 빼러라도 다녀와야 한다.

2. 여행지를 선택해야겠다.

나는 계획 없이 되는 대로 막 돌아다닌다. 사람이 없거나, 사람이 많다고 해도 나를 거슬리게 하는 사람집단들이 없는 곳을 좋아한다. 관광지나 유명한 곳도 잘 안 다닌다.

가서 뭐하느냐...면 그냥 적당히 마음에 드는 곳 찾아서 걷고 먹고 쉬거나, 피씨 들고 일한다.

사실상 흔히들 말하는 여행이라기보단, 그냥 며칠 살다오기에 가깝다ㅋ.

그래서 그냥 비교적 조용하고 저렴하고 깨끗한, 마음 맞는 곳으로 간다.

그거슨 내가 일빠니까 일본이지.

3. 여행지 선택 기준은 항공권 가격이다.

항공권 비교 사이트(매번 스카이스캐너를 씀. everywhere 아니면 일본, 이런식으로 장소를 정확히 정하지 않고 검색해도 돼서임.) 검색을 했는데,

마침 큐슈 쪽 가는 항공권이 엄청나게 저렴했다.

가고시마 7만원, 후쿠오카, 구마모토 8만원 대, 오이타 등 9만원 대.

너무 작은 도시에 가면 교통도 귀찮고 생존을 위해 여러가지 챙길 게 많다.

지금처럼 몸이 아작나고 지쳤을 땐, 모든 게 귀찮기 때문에,

잘 갖춰진 도시인 후쿠오카로 결정했다.

언제?

오늘ㅋ.

지금으로부터 약 4시간+@ 이후에 출발하는 항공편은 뭐든 괜찮다.

4. 그리고 이렇게 떠났다 했다.

그래서 5시간 후의 항공권을 구매했다.

아마 mbti 중 계획성 있는 SJ 유형이 보면 뒷목잡을 것 같은데 ㅋ

나의 충동적 준비과정을 자세히 써 보겠다. 급하게 여행병 나는 사람들은 참고하자.

- 비행기 탑승 5시간 전:

항공권을 결제했다. 8만원 대에 후쿠오카 행 득템. 이제 준비해야지 .

- 4시간 전:

놀랍게도 지금까지 숙소도 검색해보고 딴 짓하고 여유 부리고 있었다. 준비 시작.

여권과 신용카드, 현금, 전자기기 (여기까지가 필수), 여행용 어댑터, 속옷, 투명백에 화장품 몇 개를 던져 넣는다. 옷은 대충 아무거나 입고 티셔츠 몇 개 던져넣었다. 없으면 가서 세탁하거나 사면 되지 뭐. 참고로 병신 거지꼴 하고 다니면 일이 더 잘 된다(...)

이 와중에 커피까지 마시고 또 여유 부렸다

- 3시간 30분 전:

어라 시간이 이렇게... 존나 대충 씻는다

- 3시간 10분 전:

거지꼴로 공항가는 버스 탑승. 버스 안에서 온갖 준비를 시작한다.

1) 유심구입: 공항에서 바로 수령가능한 유심을 구매했다(나는 말톡을 이용하는데, 특별히 저렴해서라기보다는 공항에서 수령이 되고, 070임시번호를 쓸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이용한다).

2) 착신전환신청: 유심회사에서 인터넷국제전화를 일정분 이용(보통 60분)할 수 있는 070 임시번호를 준다. 이걸 이용해 한국에 있는 척 하기 위해서, 통신사에 전화를 해서 그 070번호와 내 번호를 연결하는 착신전환 서비스를 신청한다. 일할계산 되기때문에 다녀와서 바로 해지하면 백몇십 원 수준으로 나온다.

이렇게 하면, 한국에서 나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해도 로밍같은거 없이 바로 받을 수 있다. 안내멘트 안 나오게 설정한다.

3) 숙소검색: 남는 시간 동안은 숙소를 이것저것 검색해본다. 부킹닷컴을 이용하고, 시간이 좀 더 많으면 아고다+10%추가할인 신공을 쓴다. 아고다의 추가할인 신공이란, 트립어드바이저/호텔즈컴바인드와 같은 사이트를 통해 아고다에 최초로 방문을 하면, 무조건 10% 추가할인이 되는 쿠폰을 주는 것을 의미한다.

최초 방문인 척 하기 위해 검색기록과 쿠키, 캐시를 지우고 하면 되고, PC에서만 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 나는 신경 쓰기가 귀찮아서 부킹닷컴에서 대충 숙소를 찾는다. 비수기 평일 당일에 바로 예약하면 호텔 후려치기 특가가 나오니까 더 좋음. 평점 8점 이상, 가격대 얼마 이하로 필터를 넣고, 결과 보기 순서를 오늘의 특가 이런걸로 설정해서 본다.

남들 다 가는 중심가는 피한다. 비싸고 시끄럽다. 오히려 살짝 외곽에 있는 몇 개를 마음에 담아두었다. 차 끊겨도 걸어갈 수는 있을 거리.

아직 예약은 안 했다... 사실 이때쯤 하는게 좋은데 그냥 아직 하기 싫어서 안했다.

- 1시간 50분 전: 공항도착

1) 전자체크인: 부칠 짐이 없어서 전자체크인으로 끝. 앞쪽+복도쪽으로 자리를 잡았다(빨리 나가려고). 짐부치면 항공권이 비싸서 수하물은 신청 안해서 이대로 끝이다ㅋㅋ

2) 유심 수령: 신청한 유심을 수령한다.

시간 많다고 여유부리면서 출국심사대 지나감.

- 50분 전:

탑승 직전에야 환전을 안한게 생각났음.

주섬주섬 갖고 있는 한국돈 갖고 환전을 조금 했다.

어차피 환전할 금액이 엄청 크지 않은 이상은 엄청난 돈 차이가 나지도 않더라.

참고로 서울역 통해서 공항철도 이용한다면, 공항철도 지하2층인가에 있는 은행들이 환전 잘 쳐주는 편이니까 그냥 거기서 하면 됨.

- 30분 전:

비행기 탑승.

비행기 안에서 유심을 갈아 낀다.

- 후쿠오카 도착:

부친 짐이 없으니 바로 나왔다.

후쿠오카 공항에 앉아서, 아까 생각해 둔 숙소 중에 끌리는 것 아무거나 예약을 지른다. 이번에는 운이 좋아서 3박에 1만엔 정도로 아파트 하나를 예약했다. 사진을 보니 앞에 공원도 있고 전망도 좋다. 개이득ㅋㅋㅋㅋ

자, 이제 숙소로 이동할까.

- 이동과 교통비:

1) 이동: 이동할 땐 그냥 구글맵 쓰면 된다. 일본에서는 대도시 한정, 구글맵으로 검색하면 다 해결된다. 참고로 소도시는 그거 안 되니까, 일본어로 된 교통안내 앱을 받든, 감으로 찍든 인포메이션을 가든 알아서 생존하자.

2) 교통비: 어디 관광할 것도 아니라서 무슨 패스를 사고 이런 신경 쓰기도 싫다. 그래서 그냥 IC교통카드에 엄청 충전(한번에 만 엔씩 정도)해두고 쓴다. 나는 파스모를 쓰고 있다. 다행히 충전금액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 한국 교통카드 대신 핸드폰 뒤에 걍 꽂고 찍고 다닌다.

5. 아래는 셀프 큐앤에이

Q: 아니 왜 이렇게 숨가쁘게 여행하냐?

A: 미리 계획하는데서 오는 스트레스가 없어서 편하다. 물론 미리 계획하고 다니는 사람은 이러면 불안해할 것 같은데, 나는 나름 스릴도 있고 짧은 시간만 신경 써서 에너지 면에서 효율적인 것 같고 오히려 게임하는 기분이 들어서 재미있기도 하고.

Q: 식당이나 좋은데 정보는 어떻게 찾아?

A: 일본 타베로그 뒤져서 찾아가고 그런 사람도 있지만, 이제 그것도 귀찮다. 한국에서 매끼 밥먹을 때 맛집만 찾아다니나? 대충 근처 아무데나 가잖아?

마찬가지로 그냥 구글맵에서 내 현위치 근처의 '주변탐색' 보고 리뷰 내용이랑 사진 보고 감으로 찍어서 간다. 한국어 리뷰 넘쳐나면 관광지일거 같아서 현지어 리뷰로 좋은 평 나와있는 곳을 많이 간다. 한국어와 현지어 리뷰가 모두 함께 넘쳐나면 그냥 매우 훌륭한 곳일테니 가까우면 간다.

기본적으로 밥먹을 데 꼭 찾아다니고 이런 압박감에서 벗어나서 자연스럽게 행동하면 편하게 살다올 수 있다.

Q: 일을 한다고 했는데, 일은 어디서 하나?

A:전에 썼던 뎅겡카페 앱이나 정보를 이용해서 전기를 쓸 수 있는 카페에 갈 수 있는데, 그거 찾기도 귀찮다.

요즘엔 그냥 카페 들어가서 전기 아울렛 보이면 거기 앉는다. 웬만하면 스타벅스에서 전기 쓸 수 있어서 스타바를 자주 가고(게다가 저렴함), 전기 쓰는 곳은 대체로 혼자 앉아서 일하게 돼 있어서 상대적으로 조용하다.

일 양이 아주 많을 땐 체험삼아 공유오피스에 갈 때도 있다. 아아아아주 훌륭한 무료 공유오피스도 있는데 언젠가 쓰고 싶을 때 써 보겠음.

Q: 왜 일본까지 가서 돈쳐들이고 일하나?

A: 다른 것도 내 개인적 의견이지만, 이건 특히 나 개인 혹은 나와 매우 비슷한 극소수에게 해당하는 이야기일 것 같다. 일단 오염이 덜 돼서 그런 건지 나랑 특히 뭔가 잘 맞아서 그런건지 모르겠는데, 피곤하지도 않고 원래 아프던 곳도 안 아프더라고. 그래서 머리가 맑고 일도 잘 되더라. 마음뿐 아니라 몸을 위해서도 '더 버티다가는 죽겠다' '더 버텨도 일이 잘 안 될거야' 싶을 때 꼭 간다.

그리고 카페 등에서 일을 할 때도 뭔가 훨씬 편하다. 이건 이쪽 문화권에서의 특성때문인데,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나 관심, 조급한 에너지 등이 거의 안 느껴져서 편함.

중요한 건, '이왕 내가 여기까지 왔으니까 빨리 어디 돌아다녀야지+ 좋은데 가야지' 이런 마음으로 가면, 당연하게도 일이 잘 안된다ㅋㅋㅋ.

물론, 카페를 갈 때는 관광객 거의 없는 곳으로 가야 한다. 제일 간단한 건, 스타벅스를 검색하는데 관광객이 올 일 없는 한적하고도 가까운 곳으로 검색해서 가면 된다.

p.s. 언제나 그렇지만 여기 언급된 특정회사와 나는 아무 관계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