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갑했다.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그런데 감정에 머물러보고 싶었다.나는 감정을 빨리 정리하고 구조화하고 해결책을 찾는데 익숙한 사람이다. 그게 너무나 익숙해서 불편한 것을 해결하지 않고 그냥 가만히 쳐다보고만 있는 것이 항상 상상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 시도해보기로 했다. 아래는 그 과정이다.- 매우 갑갑함. 이 갑갑함의 원인이 무엇이며 어떻게 하면 되는 것인지가 머리에 쫙 떠올랐음. 그러나 참고 갑갑하구나를 계속 봤음- 이것은 두려움에 의한 것이었음. 몸이 어떤지 느껴보았음. 배 안이 부글부글 끓고 그것이 곧이어 어깨를 타고 목으로 올라가는 것이 느껴졌음- 배 안쪽이 이미지로 보였음. 불이 타오르고 있음. 지옥불이 타오르다가 허연 연기로 막 덮이고, 그 연기가 미처 빠져나가지 못해 몸이 갑갑한 ..

1. 아프리카 이야기를 했음. 동물들의 위대함과 인간이 미물에 불과하다는 것을.2. 아프리카 영화제에 가서 굿바이줄리아라는 영화를 봤음.남수단의 독립을 배경으로 하여 줄리아와 모나라는 두 여성간의 우정과 내재한 갈등을 숨막히게 아름답게 그려낸 영화임.줄리아는 남수단 출신 아프리칸인종으로 남편과 아들과 함께 사는 난민에 가까운 처지. 모나는 부유한 아랍계 북수단 여성으로 원래 가수였지만, 지금은 가부장적인 남편 아래 노래를 그만두고 집에서 살고 있음. 모나가 운전을 하다 실수로 줄리아의 아들을 가볍게 치게 되고, 이를 목격한 줄리아의 남편이 오토바이를 타고 모나를 쫓아옴. 모나는 울면서 남편에게 전화를 해서 무섭다고 얘기하자, 가뜩이나 남수단-북수단 지역 갈등이 큰 상황이라 남편이 아묻따 줄리아 남편을 쏴..
밤 공기가 훈훈했어.너와 나는 창문을 열고 달렸어.네가 뭐라고 말했어.나도 뭐라고 말했어.둘 다 바람 소리 때문에 들리지 않았어.그렇지만 둘다 그냥 목청껏 소리질렀어.내용은 하나도 상관 없으니까.밤은 아름다워. 밤은 무엇이든 품어줘.밤은 시간을 벗어나.아름다운 밤은 그저 무르익는 것처럼 보였어.그냥 그렇게 연속적으로 이어질 것 같았어.그러다 갑자기 팟! 사방이 밝아졌어.더이상 밤은 없어.차갑고 선명한 낮이야. 너는 잔뜩 굳은 얼굴로 누워 있었어.눈이 감겨서 보이지 않아.편안해 보이지 않아.어떻게 해도 찡그린 네 표정을 편하게 만들 수 없어.고통이 보였어.빗방울이 떨어졌어.빗방울은 차가웠겠지.느껴지지 않았어. 오늘 아프면 푹 자고 내일 일어나자. 오늘 괴로우면 내일은 나아질 거야.오늘 싸우면 내일 화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