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아프리카 이야기를 했음. 동물들의 위대함과 인간이 미물에 불과하다는 것을.2. 아프리카 영화제에 가서 굿바이줄리아라는 영화를 봤음.남수단의 독립을 배경으로 하여 줄리아와 모나라는 두 여성간의 우정과 내재한 갈등을 숨막히게 아름답게 그려낸 영화임.줄리아는 남수단 출신 아프리칸인종으로 남편과 아들과 함께 사는 난민에 가까운 처지. 모나는 부유한 아랍계 북수단 여성으로 원래 가수였지만, 지금은 가부장적인 남편 아래 노래를 그만두고 집에서 살고 있음. 모나가 운전을 하다 실수로 줄리아의 아들을 가볍게 치게 되고, 이를 목격한 줄리아의 남편이 오토바이를 타고 모나를 쫓아옴. 모나는 울면서 남편에게 전화를 해서 무섭다고 얘기하자, 가뜩이나 남수단-북수단 지역 갈등이 큰 상황이라 남편이 아묻따 줄리아 남편을 쏴..
밤 공기가 훈훈했어.너와 나는 창문을 열고 달렸어.네가 뭐라고 말했어.나도 뭐라고 말했어.둘 다 바람 소리 때문에 들리지 않았어.그렇지만 둘다 그냥 목청껏 소리질렀어.내용은 하나도 상관 없으니까.밤은 아름다워. 밤은 무엇이든 품어줘.밤은 시간을 벗어나.아름다운 밤은 그저 무르익는 것처럼 보였어.그냥 그렇게 연속적으로 이어질 것 같았어.그러다 갑자기 팟! 사방이 밝아졌어.더이상 밤은 없어.차갑고 선명한 낮이야. 너는 잔뜩 굳은 얼굴로 누워 있었어.눈이 감겨서 보이지 않아.편안해 보이지 않아.어떻게 해도 찡그린 네 표정을 편하게 만들 수 없어.고통이 보였어.빗방울이 떨어졌어.빗방울은 차가웠겠지.느껴지지 않았어. 오늘 아프면 푹 자고 내일 일어나자. 오늘 괴로우면 내일은 나아질 거야.오늘 싸우면 내일 화해..

0.라캉 계보의 사람들을 해설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원전을 읽는건 아니고, 그 원전을 쉽게 소개한 책이다.철학, 특히 유럽 철학 쪽에 그다지 친밀감을 느끼지 않았다. 그런 것들을 접할 때 내 마음은, '그래서 어쩌라고' 였다.사람의 밑바닥을 파헤치면 나에게 뭐가 더 나은거야. 거기 빠져 있는 것조차도 그냥 게으르기 위한 핑계 아닐까. 그리고 그런 이야기 하는 사람들이랑 별로 안 친했던 것 같다. 뭔가 너무 진지해서 농담은 못 받아들이는 인간들이 하필 주로 저런 이야기를 해서.그런 나도 나이가 들고 여러 사건들을 겪으며 좀 달라졌다. 1.살다 보면, 종종 공허함이 거대하게 입을 벌리고 있는 것을 느끼게 된다.그냥 바쁜 척 하는 일상 뒤에 무시무시하게 커다란 빈 이질적 공간이 잔재하고 있는 것이다.그냥 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