界
갑자기 읽고 있던 책의 '세계'라는 단어의 界라는 한자를 보며 숨막히는 공포가 느껴졌다.
결국은 세계는 one of the '계s'인 것이다. 내가 살고 있는 이 현실도 그냥 어떤 하나의 '계'. 단지 나는 인간계에 살고 있는 것뿐.
'수많은 세계 중 한 곳에 사는 미물이며, 타 세계와는 소통하지 못한 채 장님 코끼리 만지듯 헤매다 세상을 하직할 운명인 나' 란 존재가 갑자기 세포로 느껴지던 순간이었던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읽고 있던 것들을 꺼버리고 나무를 벗삼아 술이나 마시는 것이, 궁극적으로 허무하지 않은 삶으로 가는 더 나은 지름길일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