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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물들/보고듣기(영화,애니,공연)

[게임] 아메리칸 맥기의 앨리스

 
2012/01/26 02:59 2012/01/26 02:59
2009년 2월 씀.

0.

예전에도 쓴 적이 있지만,

아메리칸 맥기의 앨리스라는 게임을 해보고는

그 뛰어난 퀄릿에 매우(x 100000) 감명을 받았던 적이 있었더랬다.

(그래픽 상상력 음악 분위기 모두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

설정 = 정신병자 앨리스가 스스로의 환상세계 속에서 각종 미로를 헤치고 몬스터를 물리치며 정신머리를 찾아나가는 게임

눈깔빠진 퇴끼인형을 집어들고 있는 미친 앨리스

게임을 하다 보면,

앨리스 앞에 다양한 공간과 그에 걸맞은 장애물이 많이도 나타난다.


색을 잃은 흑백 체스나라에서의 앨리스

스틸샷이라 표현되지 않지만, 가만히 서 있으면 분위기에 취해 너무 아름다웠어.

바닥이 조각조각 움직여

정신병원 서재입구

언제나 미묘한 흥분을 자아내는 서재

앨리스는 이렇게 여러 공간을 헤쳐나가면서 여러 몬스터들을 만나 싸운다. 이 공간들은 알고보면 앨리스의 머릿속에서 왜곡된 그녀의 현실공간.

하트여왕. 충격적이게도, 얼굴이 없다.

모자장수

엄청 여러 공간을 거쳐가야하고

엄청 여러 장애물과 몬스터를 거쳐

마지막엔 의외의 (그러나 이 게임의 목적을 이해하고 있다면 의외도 아닌) 보스와 싸워내야 스스로를 이겨낼 수 있다.

게임 quit할 때 나오는 장면

여기까지는 게임 소개 ㅋㅋ

아래는 게임내용과는 상관없이 든 생각.

1.

순발력이라고는 도대체 찾아볼 수 없는 감각기능 상실의 나는,

처음엔 이 게임의 아름다움에 감탄했다가

곧 이 게임의 점프라던가 키조작에 짜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러나 도서관, 거울세계, 체스판 등 각 공간 하나하나는 각각 패스하기 위한 일정 조건들을 갖춘 '시스템'이었기에 하나하나 노력을 통해 패스했어야만 했다. 나에겐 산넘어 산이었다.

그래서 조바심이 난 나는

날아다닐 수 있는 치트키를 썼다 -_-

치트키를 쓰면 자유롭게 벽을 넘나들며 날아다닐 수 있었다.

내가 그렇게 고생하며 적을 만나 싸우고 헤매던 길은 치트키를 쓰는 순간 그냥 아무것도 아닌 이차원 그래픽 맵이 돼 버리는 것이다.

그렇게 나는 쉽게 날아다니며, 귀찮은 부분은 쉽게 쉽게 넘겨버렸다.

2.

게임을 떠나,

어떤 시스템에서든 자발적으로 그것의 고유 룰을 지키며 시스템이 이상화하는 무언가를 이루어냈을 때는 일종의 성취감을 느끼게 된다.

단지 시스템에서 느끼는 성취감이라는게, 시스템을 유효한 것으로 만들기 위해 '그들'이 이상화하고 이용하는 감정이 되기 쉽다는 게 억울한 것.

"당신은 항상 열심히 노력해야해. 게다가 인생은 산넘어 산이야. 그래서 끝까지 용기를 갖고 장애물을 넘어야해."

이것이 일반론? 정말 용기와 지치지 않는 인내와 자기희생, 노력을 통한 삽질이 아름다운 거니?

끝없이 돌을 굴리는 시지프스가 정말 아름답습니까. 그의 어떤 점이 아름답다는 것/

치트키를 써 조금 높이 날아서 본 미로는 아메리칸 맥기와 그 수하들이 만든 그래픽 맵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뭐,

난 게으른데다 부적응자라는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