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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물을 보고, 불현듯 완전히 잊고 있던 과거의 기억이 번쩍 떠오를 때가 있다.
그렇게 떠오른 기억들은 대부분, 당시엔 지극히 아무렇지도 않은 지루한 일상의 한 장면이다.
영화를 보다가 새로 바꾼 극장 의자의 쿠션냄새에 살짝 얼굴을 찌푸렸다거나
12월 치고는 제법 푹해서 '모직 체크무늬 긴팔 셔츠 하나만 입어도 괜찮겠다'고 생각한 오전11시의 콘크리트 계단 위라던가,
밍밍한 스킴밀크에 퍽퍽한 시리얼을 대충 부어먹고 나선 바깥 공기가 유달리 가벼워 기분좋게 잔디를 밟다가 '쯔쯔가무시병'을 걱정한다거나,
허벅지에 닿은 찬 시골 공기에 돋아난 소름을 어떻게 하면 정신력으로 가라앉힐 수 있을까 고민하던 것이라던가
당시엔, 기억에 남으리라 생각하지 않았던 지극히 일상적이고 짧은 순간들이, 온전히 잊혀졌다가
어느날 갑자기 아무렇지도 않게 제법 생생한 채로
눈 앞으로 쿵, 떨어져 나를 당황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당시에는 아무 의미 없어 보이던 이런 순간은, 몇 년의 세월을 거친 후, 드라마틱한 어떤 경험들보다도 더욱 많은 의미를 끌어안은 채
나를 괴롭힌다.
물론 일차적으로는,
불완전한 내 머릿속에서, 개인적인 추억과 재구성된 이미지와 의미따위가 뒤엉켜서 가져오는 후폭풍감정이겠지만,
움....
뭐랄까, 말하긴 조심스럽지만
여기엔 꼭 개인적이지만은 않은 뭔가가 있는 것 같다고.
그냥 그런 일상적이지만 웬지 모르게 무거운 어떤 기억이나 장면같은 것들이 100퍼센트는 아니지만 어떤 카테고리로 분류되어 수많은 누군가와 공유되었던 기분이랄까.
는 '내 귀에 도청기'와 같은 망상인가.
아 쓸데없이 그렁그렁 모드에서 모든게 귀찮아지면서 다시 포풍 건조모드. 조울돋네.
쓸데없는 서사가 하나 떠오르지만 귀찮아서 안 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