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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생각들

카드점 보기에 대해

가끔 타로카드나 오라클카드 등을 뒤집어 본다.

이런 점을 보는 행위에 대해서 시발 미신잼 이럴 수도 있는데, 나는 무슨 전문 점술가도 아니고요, 일종의 자기성찰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

내 기본 전제는, 카드를 통해 등장하는 메시지가 '깊숙한 나 자신'에게 오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평소 사람들은 시야가 흐린 채로 살아간다. 각종 편견이나 환경, 일상, 감정, 긴장, 욕망 등에 치여 살아가고 진짜 내가 뭘 원하는지 뭘 보고 있는지는 자꾸 흐려진다. 그러다 갑자기 어느 순간 정신이 들 때가 있다. 그럴 때 있지 않나. 뭔가 다른 일을 하고 있다가 마음이 고요해지고 아무 생각도 없던 와중 퍼득 깨달음 비슷하게 '이런 것이구나'하는 생각이 섬광처럼 스칠 때. 이때 대체로 그 생각은 돌이켜보면 내가 이미 마음 속 깊숙이 알고는 있던 것들이다. 단지 내가 이런저런 이유로 핑계대며 외면하고 있던 것들이었지. 

여하튼 나는 평소에 시야가 더럽기 쉬우니까 카드짝이라도 뽑아서 내가 알고 있지만 외면하는 어떤 것을 찾아내려 한다. 다양한 그림 상징들 중에서도 어떤 특정 메시지들이 눈에 띄고 어떤 특정 스토리가 만들어지는 그 자체가 결국 내 눈과 내 뇌와 내 마음과 내 정신의 선택이잖아. 사람에 따라서는 이런 '깊숙한 나 자신'을 신이라고 부를 수도 있겠고, 아카식레코드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겠고 다양하겠지. 

여하튼 부르는 이름이 뭐든간에 나는 이런 전제를 가지고 카드를 본다. 나 스스로가 본능적으로 답을 알고는 있지만 미혹되어 모르는 것을 도구를 통해서 성찰하는 것.


단지 이렇게 카드를 뽑아 사용하려면, 전제가 있다. 카드 자체에 어떤 완결성이 있어야 한다.

설문 문항 만들 때도, 모든 선택지가 완결성 있게 답들을 포함하고 있어야 하지 않나. 예를 들어, 당신은 어떤 정당을 좋아하십니까?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선택지가 1) 민주당 2) 자한당 두 개만 포함하고 있으면 바미당, 녹색당 등 다른 정당 지지자들은 이 질문에 대답할 수 없을 것이다. 좋은 설문 문항이 되려면 모든 정당을 포함하던지, 그게 여건상 어려우면 '기타'를 선택할 수 있게 하던가 해야겠지.

이런 면에서 타로카드는 비교적 완결성 있게 나름의 체계를 가지고 있긴 하다. 대체로 어떤 이벤트든간에 타로짝에 대응할 수 있는 듯하다. 그래서 그나마 타로카드를 쓰는 사람도 많고 많이들 연구하겠지.


그런데 오라클카드는 어떨까? 물론 잘 만든 오라클카드는 나름의 체계와 완결성을 갖고 있겠지. 그런데 그게 아니라 그냥 막 그린거라면 어떤가. 애초에 빠진 부분이 있다면 결국 그 빠진 영역은 내 인생에 등장하지 않는 것으로 치는 거잖아. 그러면 동등한 확률을 부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미 틀린 것. 

오라클 카드가 어떤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해도, 그 시스템이 적용되는 분야를 다시 섬세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그게 인생 전 분야에 적용해도 완결성을 갖는 선택지일지, 아니면 어떤 특정 분야에 한정해서만 완결성을 가지는 선택지들일지. 


그렇게 보면 타로도 마찬가진데 - 적용이 안 되는 분야들도 있을 것 - 내가 카드 연구할 것도 아니니까 여기서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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