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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생각들

keep to myself

갑자기 하루 자유시간이 생겼다.
충격을 받았다.
컴퓨터나 노트가 없이 걸어다니며 불안해 하는 나 자신을 발견해서. 계속 불안하다 아직도.

그리고 어느덧 여행을 다니며 이것저것 따지고 있더라.
다른 사람과 자기 싫어서 숙박을 바꾼다거나.
전망이 좋으면서 공동목욕탕이 있는 곳을 찾는다거나.
식사도 고기나 양념이 없는 곳을 찾아다니고 있었다.

나는 그냥 두 발로 걸어다니면서 행복한 사람이었다.
공동샤워실을 쓰고, 옷은 계속 세탁하면서 편하게 그러나 나름 기분을 내서 입고 다녔다.
숨을 가득 쉬고 폐의 융털을 씻어내리는 듯한 공기의 느낌에도 만족했다.
적당하게 저렴하고 깨끗한 식당에서 먹고 만족했다.

주어진 그대로를 즐기던 나 자신은 어디간거지.
나는 지금 무엇인가. 까다로운 인간을 연기하고 있는 것 아닌가.
사람이 진짜 나(혹은 자신의 핵심)를 찾는다는 것이 얼마나 의미 없는 일인가.
진짜 나라는 것이 있어서 찾는다고 해도 거기서 다시 그 진짜 나는 여러 버전으로 매순간 변할텐데.

- 물론 나를 타인과 구분하는 요소가 있다는 것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어차피 모든 것이 매번 변한다면서 극단적으로 개별성을 무시하는 행위도 경계한다. 모든 극단은 대체로 그 나름대로 눈 먼 행동이니까.

- 단지 적어도 나라는 인간은, 자연상태에선, 그렇게 기준을 갑갑하게 세우고 살아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런 내가 '진짜 나'에게 맞는 갖가지를 찾아 나간답시고 이거저거 여러 기준을 적용해왔던 거야.

그 결과는. 나 스스로를. 옭아매는 꼴이.됐고. 나는 그런. 옭아맴을. 안정적이라고 느끼기보다. 도리어. 갑갑해 한다.

그리고 그 와중에 그 기준들의 옭아맴에 익숙해져서, 그 가짜 망상 기준들이 사라지니 공황상태가 된 거.




자연스러워지자.
혼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