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동시에 두 지인이 추천한 영화 마터스를 보았다.
요즘 개봉한 작품도 아닌데, 동시에 두 명이 추천한다는 우연이란 좀처럼 있기 힘든 것이므로... 꼭 봐야겠다 싶었다.
제목 : 마터스(Martyrs)
감독 : 파스칼 로지에
국적 : 프랑스
언어 : 영어
내용 : 고문을 통해 궁극 순교자가 되어 초극하는 과정
결말은, 그러니까.....
▼
스포일러인가. 이건 본 사람만 알겠지.
그리고 이건 그냥 주관적인 주절주절 감상. 스포일러 포함될 수 있음.
1.
내가 아직 초딩이던 어느날, 천주교 신자였던 어머니는 성당에서 '세계 성인 위인전집' 같은 책들을 집에 빌려왔고,
나는 궁금해하며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많은 책들이, 성인, 성녀들이 예수를 믿는다는 이유로 잔인하게 고문당하는 과정을 그대로 그려내고 있었던 것이다.
고문 방법까지도 잔인하게 그대로 묘사돼 있었는데, 그들은 궁극적으로 그 잔인한 고문을 이겨내고 '희열을 맞으며' '지쟈스'를 외치며 성스럽게 죽는다는 동일한 결말이 그려졌다. 아직 어린 나이였기에 좀 무섭긴 했지만, 역시 기본은 음습한 코콤화였던지라(...) 재미없는 일반 위인전류보다는 훨씬 몰입해서 읽기도 했었다(쿨럭). 물론 종교서적이 아니라 중세고딕판타지류의 소설로 받아들이게 됐지만.(사실이 그렇기도 했다)
그 외, 집에 굴러다니던 신앙생활 관련 책들을 읽어보면, 상당수가 이런 '육신에 가해지는 극단적인 괴로움을 극복하고 맞는 희열과 신비'를 그려내고 있었다. 이런 책들을 읽고, '신앙의 신비'를 체험했냐고? 설마. 나의 경우 도리어, 사람에게는 저런 알 수 없는 어두운 부분이 숨어있다는 점을 처음으로 느끼고, 근원적 공포감과 호기심이 동시에 엄습해왔던 것 같다. 그 뒤로, 피눈물을 흘리는 성모상의 사진이라던가, 십자가에 못박혀 있는 예수상을 볼 때, 공포와 호기심, 끌림을 동시에 느끼게 되었다.
2.
다시 마터스로 돌아와서, 이 영화는 '최고의 공포영화'라는 수식어를 붙여 소개 받았고, 굉장히 잔인한 화면으로 악명높다고 들었는데,
사실 장면 자체에 그렇게까지 잔인한 부분은 없다. 의외로 카메라 시선은 조금은 신사적(?)이어서, 육신이 망가지는 장면을 그렇게 노골적으로 잡아 보여주지도 않는다.
진정 이 영화가 공포스러웠던 점은, 어릴 때 읽었던 저 '성인'들의 고문/희열 체험담이 고스란히 떠올랐다는 것. 인간의 본능에 숨어 비언어적으로라도 느끼고 있었지만, 나도 너도 모두 억누르고 있던 어두운 그 무엇인가를 건드리고 있다는 점. 소녀의 고문을 간접체험하다 트랜스상태에 빠지는 장면에서, 어쩐지, '아 이것만은... 이성이 지배하는 이 사회에서 이건 건드리면 위험해'라는 기분이 들었다는 것.
왜 이게 위험하게 느껴졌을까...
음냠.. 어떤 중세시대에 관한 책에서 중세는 이성이 지배하는 '성곽 안 마을'과, 미지와 공포와 무의식이 지배하는 '성곽 바깥 숲'의 두 세계가 공존하고 있다고 읽었던 기억이 난다. 법도 질서도 휴머니즘도 없고, 그저 어두운 본능과 무의식이 지배하고 있는 성곽 바깥쪽 숲 세계. 모더니티가 지배하는 세계로 넘어오면서 성곽 바깥쪽 숲 세계는 갈 곳을 잃고 감금당했다.
하지만 마터스는 이 성곽 바깥쪽 공포와 무의식의 세계의 일부를 잠시 들여다보게 해 준다. 이성이 지배하는 이 세계에서, 이건 본능적으로 위험해. 하지만 매력적이다. 그리고 누군가는 감금된 용을 풀어주어야겠지. 세계의 균형을 위해, 우왕 에너지왕 큐-베-!
세계의 균형을 위해 미움받는, 우주밖에 모르는 바보, 마마마의 큐-베 성님.jpg
※ 큐베드립은 전혀 관련도 없는 말장난 개드립인데, 지금 나가야해서 그냥 아무렇게나 쳐쓰고 나중에 진지모드로 수정할 예정.
※ 영화와는 이미 그다지 상관도 없는 의식의흐름으로 마무리... 균형유지는 나중에 헥 / 물론 안할지도 모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