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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물들/보고듣기(영화,애니,공연)

[전시] 칼라거펠트전 at 대림미술관


칼 라거펠트가 좋아서라기보다는, 대림미술관 건물이 좋아서 반가운 마음으로 향했다.
개인적으로 너무 크고 현대화된 미술관은 어쩐지 가건물같은 느낌이라서, 아예 작고 개성있거나 역사가 묻어있는 오래된 건물이 좋다.
대림미술관 건물은 원래 일반 가정집이었는데, 프랑스의 한 건축가가 리모델링을 하여 탄생했다고 한다.
일반 주택이었다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이상한 구조를 지닌 건물인데다, '가정집'이라는 단어가 주는 강요된 따스함 따위가 없어서, 
어쩐지 더더욱 마음이 동하는 것이다.

게다가, 전시 콘셉트를 봐도, 맨날 거장전만 하는 대형전시가 아닌 소규모의 개성있는 전시들을 많이 하고 있어서 상당히 마음에 든다.
그래서 언제나 주목...


물론 이것은 순전히 주관적인 느낌을 떠벌떠벌 뱉고 있는 것이므로 개무시하는게 좋다. 가장 좋은 것은 본인이 직접 가서 육감으로 체험하기.

아무튼, 미술관은 경복궁역 3/4번 출구에서 5분 거리의 옛스러운 동네에 위치해 있다.
요즘 이쪽 동네가 다 그렇듯, 근처에 음식점과 카페가 아주 성업중이므로 전시 후 차를 마시거나 밥을 먹으며 놀기도 좋을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대림미술관의 색유리~ 살짝 차가운 색유리와 창틀의 모던한 느낌이 다른 따뜻한 요소들과 어울리는 모습이 아주 잇힝~






당차게 들어가자.




코코메이션이라는 카메라에 사람들이 몰려 있다. 저 벽에 걸린 흑백사진 스타일로 (코코메이션) 사진을 찍어보는 코너인데, 티켓을 사고 한 시간 기다려야 한대서 안찍었다.






로비 벽에 붙은 사진들을 찍었다. 라거펠트가 아끼는 모델들과 의상.




전시엔선 카메라를 제재하지 않는 듯했다. 자유롭게 사진을 찍어도 내버려두길래, 그냥 나도 찍었음.



라거펠트 영감이 아끼던 모델(주로 남자들)의 다양한 포즈. 이런저런 추상적 제목들을 갖다 붙였으나, 기본적으로 이 사람이 의상을 만드는 사람인만큼, 인물에 집중해서 균형잡히고 아름다운(분위기는 다양) 사진을 창출하려고 한 듯. 어쨌든 상업루트를 걷는 사람이니까


즉석카메라로 찍었다고 했나. 포토샵이나 즉석카메라, 잉크젯프린터 등 '일반적' 도구들을 이용해 이런저런 전문가스러운 이미지를 만들어냈다고.
아아... 그런데 사실 이건 도구의 문제라기보다 조명과 분장과 모델과 장소빨이 큰 거잖아 ㄷㄷㄷ 조명분장모델장소가 이미 프로페셔널인데 말입니다.






흑백사진을 상당히 사랑한다고 함. 조금 젊을 때 찍은 사진들. 이쪽 코너는 신비로운 분위기가 감돈다.



명화 컨셉트를 패션사진으로 옮겨 놓은 것이 많다. 개인적으로 이런 구도 좋아함.




이 표정이 행복, 평화 이런 표정이란다. 맞은 편에는 고통 분노 등등 지옥스러운 표정과 자세가 연출된 사진들이 걸려있다.
솔직히 나는 잘 모르겠던데, 어쩌면 우리가 흔히 보고 떠올리는 행복 평화 이런 평온한 표정들 자체가 주로, 그냥 조금은 과장되게 연출된 이미지들이라서 그런가.
크게 변화없는 표정이 도리어 어색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런 미묘하게 어색한 표정이 사실은 많은 사람들의 얼굴에 실제로 나타나는 표정이 아닐까 시프요.... 라고 해도 어색해 역시.









중간중간 건물모서리/좁은 복도에 휴식공간을 만들어놓았다. 여기 앉아 휴식하면서 바깥을 바라볼 수 있게 해 놓음.
아주, 마음에 드는 공간. 우리집이 이렇게 생겼으면... 뭐 하루라도 유지가 됐겠어 -_-쿨럭~






마음에 드는 색유리. 과하지도 않고, 적당히 심플하고 적당히 어설프고 적당히 차갑다.





검은 나무복도와 색유리는 나의 로망이랄까. 깨끗하고 차갑고 묘한 세련미가 있는ㅋㅋㅋ 잇힝~



그런거지.




 



무비를 보려면 저 시간에 맞춰가야한다. ㅇㅇ





이게 다음 전시라고 함. 가구전시... 이전에 동미술관의 의자전시회에 간 적이 있었는데, 그떄도 상당히 즐겁게 관람했던지라 기대된다.




사진들은 물론 이것보다 훨씬 많지만 귀찮아서 당연히 안찍었다.
칼 라거펠트의 패션세계가 아니라 그가 찍은 사진작품을 볼 수 있는 전시이고, 칼라거펠트라는 사람 자체에 관심이 있으면 만족할 것.
설마하니 예술의 관점에서 보러간다면, 당연하지만 특별히 파격적인 것은 없다. 파격적/비상업적 사진이라고 해도 상당히 팔리게끔 아름답게 찍음. 결국은 패션사진의 범주를 떠나지 않는 것을 알 수 있을 듯. 물론 심한 예술적 파격을 기대하는 놈이 잘못임.
물론 나는 심미적으로 아름다운 것을 그냥 즐기므로 아주 좋았음.


암튼 상당히 즐거운 전시였고 일단 대림미술관의 분위기 자체가 좋아서 대만족 흑흑 또 가고 싶지만 이젠 시간상 못갈 듯 해서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