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 LIFEHACK of INTP & ADHD/INTP의 시간관리 도전기

ADHD의 작업실 풍수다. 집중장애들 필독해라

0.

지금 광분해서 말이 거칠다.

있잖아.

풍수지리라고 하면 무슨 미신이냐고 할 사람들이 있는데, 

ADHD라면 미신이건 뭐건 존내 신경 써야 한다.

너무나 집중ㄱㅈ예민충이라서 아주 작은 요소에도 온세계로 머리가 분산돼 버리거든.

그런데 그 미신이라고 부르는 것들에 담겨 있는 미묘한 심리적인 지혜, 효과들이 ADHD에겐 매.우. 중요한 것이다. ㅅㅂ..

특히 일할 때 인테리어나 책상배치 등 풍수가 너무나도 중요한 것이다

형이 지금 두 달 가까이를 책상배치 때문에 날려버리고 후회하며 하는 말이다.

 

아 물론 전통적인 풍수 - 우주의 에너지가 조상신을 돕고 - 이런 맥락 아니고 심리/무의식에 미치는 효과를 말하는 거다.

 

 

 

1.

코로나 때문에 카페나 공유오피스 못 나가고 재택근무를 하면서 집중이 씹망하여 풍수 인테리어니 하는 책들 몇 권을 뒤졌다.

물론 기억력이 안 좋아서 잘 생각나지 않지만, 몇 가지 포인트들이 있었는데 그것을 평해주겠다.

참고로 형은 피씨가 필수인 근무자다.

그리고 목디스크까지 와서 모니터를 따로 써야 한다 + 성능때문에 데스크탑을 좋아한다. 

 

 

- 책상이 북쪽을 향하면 좋다?

방에 제대로 된 창문이 있어서 태양의 방향에 영향을 겁나 받는 경우에는 유효함.

태양의 방향을 알 수 없는 그런 창문 구조일 때는 노소용이다.

몸이 존민감한 자석이라면 인정한다.

형 몸은 자석이 아니었다.

 

- 책상이 창을 바라보거나 창을 등지면 안 된다? 

보통 창을 바라보면 망상을 하게 되고 창을 등지면 배면이라고 해서 존나 안좋다고 평한다.

그런데 이것도 창이 제대로 된 창일 때 유효한 얘기다.

형 방 창문은 어차피 맨날 닫고 블라인드 풀로 내리고 살아야 하는 구조다.

블라인드를 아예 걷지 않는다.

창을 잘 열지도 못한다.

그냥 가끔 환기구멍 여는 벽이랑 똑같다는 얘기다.

창 등지는 건 벽을 등지는 것과 똑같아서 상관 없다.

창을 바라보면서 앉으면 앞에 블라인드, 커튼이 지저분하게 보이니까 안 좋다.

ADHD인 형 기준이다.

 

- 문을 등지면 안 좋다?

이건 안 좋은 것 맞다.

불안하다.

 

- 문을 바라보면 안 좋다?

이것도 안 좋은 것 맞다.

쳐나가고 싶다.

 

- 문을 대각선 앞으로, 창문을 책상 왼쪽 혹은 오른쪽 옆으로, 눈 앞에 벽을 두고 앉기

사실 형 방의 구조에서 풍수 원칙에 따라 나온 optimal solution이 이거였다.

그런데 일단 집이나 방이 커야 이 구조가 유효하다.

형 작업실은 좆만해서 무효였다.

억지로 이 구조로 살다가 지금 인생 좆망했다.

왜 좆망했나 돌이켜보고 있는데, 문이 대각선 앞이긴 했으나 공간이 좆만해서 사실상 눈앞에 있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시야의 90도 내에 문이 들어왔거든.

그리고 창문이 옆에 있으면 블라인드며 커튼이며 창문의 존재가 눈에 들어온다.

보통 사람이라면 블라인드 쳐놓은 창문은 그냥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집중고자한텐 창문의 존재가 시야의 90도 내에 들어오는 것조차도 망상의 지름길이다.

아마도 창문이 아예 바로 몸 옆에 있고 시야의 90도 내에 들어오지는 않는다면 좀 달랐을 것 같은데 그 구조는 형 방에서 불가능했다.

그 사이로 햇볕이 은은하게만 들어와도 눈깔 아파서 존망한다.

이건 형이 뱀파이어라서 그렇기도 하다.

 

- 책상이 방 가운데를 향하면 공망이라고 하여 기운이 흩어진다?

어느 정도는 맞다.

책상이 방 가운데 빈공간을 향해 있으면 또 집중력이 방 가운데를 향해 흩어진다... 하...

 

 

2. 

다음은 ADHD인 형에게 작용했던 포인트들이다. 형이랑 비슷한 애들은 새겨들어라.

- 시야의 90도 범위 내에 물건이 없어야 함

아니 눈깔이 뭐 안대한 말이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이게 뭔 상관이냐고 생각할 수 있겠지?

ㅅㅂ 존나 상관 있다ㅋㅋㅋㅋ.

은은하게라도 시야에 들어오면 FAIL이다.

책장이 정면에 있으면 책장을 구경하고, 프린터가 정면에 보이면 프린터를 구경한다.

달력을 걸어놨더니 달력을 구경하고 있다.

눈 앞에 전기 아울렛이 보이니까 또 그것때문에 은은하게 정신이 나간다.

어쩌면 이렇게 뇌가 ㅈ같은지 모르겠다.

ADHD라면 시야의 90-120도 범위 내에 들어오는 물건은 다 조심해라.

형의 경우에는 120도 범위 밖에 그냥 살짝 보이는 것들은 괜찮았다.

 

- 책상이 빈 벽을 향해 있다 

그냥 벽에 책상을 정면으로 직접 갖다 붙여놓으면 아마도 석세스!다.

눈 앞에 물건이고 공간이고 아무것도 없는 게 제일이다.

회사원들 책상 앞에 파티션 괜히 붙이는 줄 아냐.

님들 사장님이 어떤 사람인데.

그런데 형 작업실은 하도 쳐 좁아서 면벽을 하게 되면 선반과 서랍을 못 쓰는 병신같은 구조다.

그래서 벽과 책상을 한참 떼서, 책상이 벽을 향하고는 있되 벽과 책상을 존나 떼어놨다.

그랬더니 하얀 벽만 보는 ZEN 구조가 나왔는데, FAIL이었다.

그냥 아무것도 없는 하얀 벽을 응시하고 있으니까 존나 답답하고 감옥같아서 탈출하고 싶더라.

과거 급제한 선비들은 저렇게 해도 다 급제하던데.. 그 뭐냐 20년 진사시험 떨어지고 이런 룸펜들 형같은 새끼들이다.

 

 

 

3. 

그래서 어떻게 했냐하면, 

- 창문을 등 뒤로 놓고(창문은 24시간 불투명소재 차단 블라인드 쳐져 있어서, 그냥 벽이랑 똑같다),

 

- 작업실 출입문을 왼쪽 방향에,

 

- 책상 오른쪽에 책장을 붙였다

작업실이 존만해서 책장이랑 책상이 붙을 수밖에 없다).

형이 오른손잡이다.

 

- 오른쪽 책장 중 책상이랑 맞닿는 부분은 물건 쳐 올려놓게끔 비워놨다. 

일종의 L자형 책상을 구현한 셈이다.

돈과 공간이 되면 L자형 책상을 아예 사도 괜찮다.

한 쪽에 쓸데없는 물건 다 올리면 편하기도 하고, 눈에 물건이 바로 보이지 않아서 굉장히 좋다.

그러니까, 눈깔시야 120도 안에 잡 물건들이 안 들어와 있으면서도, 시선을 돌리면 필요한 게 바로 한눈에 보이면서 손에 바로 잡히는 구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ㅅㅂ 진짜 족같넼ㅋㅋㅋㅋㅋㅋ

 

- 책상이 흰벽을 향하게 만들어 두고 그림을 걸었다. 

아쉽게도 벽에 책상을 바로 붙일 수 있는 처지는 아니었다.

책상 앞에 공간이 있으니까 확실히 좀 붕 뜬 기분이 들지만 어쩔 수 없지.

그래서 그나마 흰 벽에 집중이 잘 될 것 같은 그림을 걸었다.

 

- 참고로 그림 선택을 잘 해야 한다

형은 흰 벽의 감옥스러움을 없앨 그림 고르는데 몇 달이 걸렸다.

존나 좋아하는 그림을 걸면 안 된다.

형은 마티스 존나 조아하거든? 근데 마티스 그림이 눈앞에 있으면 그거만 하루 종일 쳐다볼 거다.

그러니까 그냥 적당히 배경이 되면서도 시선을 뺏지 않을 것을 걸어야 한다.

형은 나무를 좋아해서 나무 그림이 걸려있다.

생명의 나무 있잖아.

우주의 에너지를 담은 어쩌고.

그거 눈 앞에 걸어놨더니 갑갑하지도 않고 괜찮더라.

참고로 너무 자세하게 그려졌거나 색깔이 너무 풍부하거나 글씨가 같이 있으면 그림을 구경하게 돼서 안 좋다.

최대한 단순화된 것이 좋다.

그냥 보면서 명상이나 할 것 같은, 그러나 너무 추상적이지는 않은 그림이 좋다.

완전 추상이면 그거 보고 또 망상한다ㅋ 하 시발 살기 존나 힘드네....

 

- 그림 고르기

사람마다 집중을 도울 그림은 다 다르다.

형은 진짜 절박해서 사주를 보러갔었다.

보통은 연애 취업 이런거 물어볼텐데 형은 '집중 잘 되는 조건'이 뭐냐고 물어봤다.

얼마나 절박했는지 알겠지ㅋㅋㅋ.

참고로 개웃긴게 질문하기 전에 사주러가 이미 너는 집중고자라고 얘기해줬었다....ㅅㅂ.

여하튼 사주러는 눈 앞에 산이 정면으로 보이는 구조가 좋다느니 하는 이상적인 소리를 했는데, 형은 신선계에 살고 있지 않기 때문에 불가능하다.

그때 사주러가 제안한 것은, 벽에 산(mountain) 그림이라도 걸라고 하더라... 형같이 마음이 무른 닝겐은 부드럽고 풍경 좋은 산이 아니고 화산이나 돌로 된 엄격한 산 그림을 걸라고까지 추천했다.

형이 좋아하는 산들을 생각해보니, 실제로 돌산(서울의 경우 인왕산 같은)이어서 수긍하고 그림을 찾아봤다.

그런데 ㅅㅂ 돌산 그림 찾아보니까 경로당에 붙어 있을 것 같은 그림들만 나오더라고.

형이 늙었지만 경로당은 아직 못 간다.

그래서 그건 포기했고 대안으로 찾은 것이 그나마 생명의나무(무지 단순화된 형태로 붙어있음)다.

아, 참고로 형은 사주상 소위 나무가 도움이 되는 구조라고 들은 것이 있어서 그것까지 고려했다.

물론 실제로 내가 나무를 좋아하고 숲을 걷거나 나무냄새 맡으면 머리가 청량해지는 경험 때문에 반영한 것이다.

맹신하라는 건 아니고, 레퍼런스 정도로 참고하면서 실제 나를 냉정히 돌이켜 보자는 애기다.

 

 

4.

ADHD 동료들께 다시 한 번 전한다.

님들은 존나 예민하다.

남들이 들을 때는 말도 안 되는 작은 조건에 집중력이 흐트러진다.

그러니까 미신이든 뭐든 상관없이 집중을 방해하는 요소들을 제거할 수 있도록 스스로를 잘 탐색해 봐야한다.

 

형이랑 방 구조가 똑같을 필요가 없다.

분명 다들 집중 잘 되는 조건은 다를 것이다.

그러니, 일단 집중이 잘 되는 일반 원칙들을 좀 알아본 다음에, 책상 위치를 미친듯이 바꿔보자.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미친놈 같아도 나한테 맞는 책상 위치가 따로 있다. 

 

참고로 형 책상 아래에 러그가 깔려 있다.

책상 크기랑 딱 맞는다. 이케아 같은데서 싼거 사라.

책상 위치를 바꿔야할 것 같으면 러그를 움직이면 되니까 편하다.

피씨도 이 러그 위에 다 올라가 있다.

물론 피씨가 시야의 90도에 들어오면 안 되기 때문에 책상에 올리는 기우는 범하지 않길 바란다.

 

참고로 책상 위치를 바꿨다면 2주 ~ 한 달 정도는 살아봐야 답이 나올 것이다.

적응기간도 조금은 줘야하지 않겠어?

이것도 안 되면 파티션이라도 사서 책상에 쳐 붙여놓을 예정이다.

작업실 좀 추해져도 그게 대수냐. 먹고 살아야지.

 

 

모두 화이팅하시길 바란다. 남의 말 듣지 말고 자기 몸의 소리만 들어라.

 

ㅅㅂ 진짜 살기 힘드네

  • 백안시 2021.06.13 12:07

    세상에 그동안 대체 어떻게 살아오신 겁니까 그래서 그렇게 공유오피스를 찾아다니신 거였군요

  • 공돌이intp 2021.07.02 18:42

    아이고 고생하셨네요 ㄷㄷ

  • ㅇㅇ 2021.07.09 14:21

    사람들을 위하는 태도가 느껴지는 좋은 글 ㅎㅎ

  • OverKorean 2021.09.23 20:43 신고

    형님. 저도 ADHD로 작업에 굉장한 애로를 겪고 있는데요. 이 방법 혹시 어떻습니까?
    ADHD는 풍수도 풍수이지만, 하나의 작업을 하고있으면 결국 질린다는 것이 필수불가결입니다. ADHD에게서 질리는 감정은 곧 때려죽여도 못하는 것과 일치하죠. 저는 그래서 저항을 포기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어떻게 하냐면, 제 사방을 작업환경과 취미활동을 펼쳐놓습니다. 모니터 1은 작업1, 모니터2는 작업2, 옆에는 평소에 읽는 책을 펼쳐놓고, 오른편에는 바로 기타를 칠 수 있게 합니다. 이런 식으로 동시에 9개 작업, 취미를 언제든 진행할 수 있게 합니다. 9개 정도되면 뭐하다가 질리면 분명 그 중에 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그러면 그걸로 갑니다. 그러면 그게 또 질립니다. 그럼 또 작업으로 돌아갑니다. 이렇게 미친듯이 핑퐁질을 하면 취미실력도 늘고, 작업물도 그나마 나은 ADHD 맞춤형 분산개발이 되게 됩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오래 해보진 않았는데 이게 제일 ADHD의 본능을 거스르지 않는 방법같은데요 물론 데드라인이 있거나 계속 주시해야하는 일에는 적용할 수 없습니다. 참고로 저도 ENTP라서 제정신이 아닙니다

    • land 2021.11.26 12:46 신고

      블로그 방치 끝에 이제서야 이 댓글을 봤습니다. 사실 저도 제 사방에 온갖 것들을 다 펼쳐놓고 있습니다. 질리면 갈아탈 수 있게 해놨는데, 문제는 해야하는 '일'을 자꾸 회피하고 다른 것들만 하게 되더라고요. 고생이 많으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