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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물들/보고듣기(영화,애니,공연)

나에겐 영화 블랙스완이 별로였던 단순한 이유

 

 

 

제목 : black swan (2010)

감독 : 대런 아로노프스키

출연 : 나탈리 포트만, 뱅상 까셀, 위노나 라이더 등등등

기타 : 이 포스터 한 장에 영화가 다 담겨있다.

 

 

1.

본 지 한참 됐지만, 갑자기 이야기하다 등장해서... 생각난 김에 그냥 써 봄.

 

이 영화가 개봉했을 당시에, 추천을 받고 보러 갔었다.

(게다가 동경하는 발레 소재에 자아찾기라고 하여 얼마나 기대를 했는지)

 

여기저기서 몰입성 킹왕짱 / 연출력갑 / 심리변화캡처쨩 이러면서 칭찬/감동이 쏟아져나오더라.

그래서 더욱 두근두근 독희독희 하면서 극장 의자의 불편함을 무릅쓰고 영화를 보는데...

 

 

헐... 솔직히 별 감흥이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어제, 뒤늦게 이 영화가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의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리고 '어 ㅅㅂ 이름 존나 익숙한데 누구더라...' 이러고 찾아보니

바로 한때 내가 지랄발광열광에 쩔어 돌려보기 몇 번을 해 가며 우울함에 젖게 만들었던, 그 영화...

'requiem for a dream'을 연출한 그 분이셨던 것이지.

 

 

그래서, 이젠 쵸큼은 실망해서 그냥 씨부림 ㅠㅠ

 

 

 

2.

아아.. 물론 인정한다. 심리적 측면에서 니나가 억압을 깨고 또 다른 자아를 내보내는 해방과정이나, 현실적 측면에서의 공연계 묘사 등은 나같은 막눈으로 봐도 엄청 섬세하게 잘 했던 것 같다. 당연히 배우들도 뛰어났고... 특히 직접 발레를 연습해서 춘 나탈리 포트만에 대해선 거의 경외를 느꼈지...(이 영화 최고의 감동은 나탈리포트만이었다. '니나'가 아니라.)

적절한 템포로 적절한 스릴을 주고 적절한 이미지를 사용해 내 시종일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마지막까지 몰입하면서 잘 보고 나왔는데....

 

 

아..... 솔직히, 그렇게 뛰어난 장치에도 불구하고 전혀 심리적으로 동감이나 몰입이 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 플롯 자체가

(나한텐) 그냥 너무 뻔했으니까

 

 

 

정말 미안한데

1) 사용된 메타포라던가 이미지라던가 이야기의 전개, 억압이라고 나온 요소, 긴장감을 주기 위한 성적 요소와 그로 인한 해방 등등등등 이 모든 요소가 진짜 너무 뻔해서 깜짝 놀랐다. 그냥 고스란히 정신분석 교과서가 아닌가 ㄷㄷㄷㄷ

 

2) 청초한 발레리나가 사랑 혹은 성적 성장을 통해 소녀에서 여인이 되며 배역을 넓혀가는 과정은, 발레 관련 소설이나 만화 등에서 수없이 다뤄온 정말 진부한 흐름

 

3) 그리고, 일부러 진부한 '백조의 호수'를 선택했다고 하는데, 사실 제작진이 기대한 것은 그 익숙한 백조의 호수에 파격을 주어 '잇힝 니네 놀랬지??' 이러는 것이 목적이었을지 모르겠는데,

안타깝게도 백조의 호수를 선택하여 이런 1)과 같은 진부한 심리치료 교과서 과정을 착실히 따라가며 '해방'을 선언한다고 하면...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뻔하잖아. ㅡㅡ;;;;

 

 

 

 

아무튼 보는 내내 '18 내가 작두라도 탄건가 왜이리 장면을 다 예측하지 ㄷㄷㄷ' 했는데

물론 '잘 만들어진' 것은 인정하지만,

나에게 있어서는 전개가 좀 심하게 진부했기에 그닥 기억에 남을 영화가 아닙니다. 미안.

 

그래서 재미있게 본 사람들은 어떤 점에서 감동을 받았는지가 궁금해진다.

영화를 잘 아는 사람들은 아마 스토리만 보고 있는 평범관객인 나랑은 다른 포인트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했겠지.

혹시 지나가다가 이 글을 보시면, 그 점을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의 (유일한) 장점은 대체로 의도 없이 순수한 (죽일놈의) 호기심이기에~~ 잇힝~~

 

 

 

 

3.

아.. 그런데 이건 어쩌면 내가 너무 늙었고, 예술에 대한 동경이나 열정이 많이 사라져버려서 그럴지도 모른다는 씁쓸한 생각이 든다.

만약 내가 18세 무렵에 이 영화를 봤다면,

당시에 패왕별희를 몇 번이나 보며 매번 눈도 못 뜰 정도로 눈물을 펑펑 쏟았던 것처럼

역시 눈물 펑펑 쏟으며 난리를 쳤을 것도 같아.

당시 나의 가장 큰 고민이 현실을 이겨내고 승화하는 순수한 예술혼 뭐 이런거였으니.

물론 에러는 내가 당시에(도 지금도) 예술과는 전혀 상관없는 삶을 살며 아무런 예술관련 기술도 갖고 있지 않았다는 것이지.

씁쓸 ㄷㄷ

(아 그렇다고 이 영화가 18세용이라는 건 아니고, 단지 내가 유치하게나마 18세에 손나 예술을 사랑했기에 쓴 것일 뿐)

 

 

 

아마 그냥 내가 늙고 지치고 열정도 없는 듯.

아니면 몸치 주제에 발레에 대한 동경이 너무 쩔어서 어릴 때 발레만화/소설물을 남들보다 너무 많이 처봐서 그런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