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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생각들

의심

1. 취향 의심 

요 며칠 힘차고 밝은 아침을 위해 21세기 신난다 펑크락 류를 듣다가

오랜만에 시나위가 생각나서, 9집 앨범을 찾아 듣고는

우왕ㅋㅋㅋ역시 시나위가 좋아ㅋ이랬는데

 

동시에 의심이 가기 시작했다.

혹시 시나위가 그냥 구세대인 내 귀에 더 익숙한 사운드를 내고 있기 때문에, 내가 온갖 이유를 갖다 붙이며 이게 좋다고 반응한 것인지.

만약에 그렇다면, '요즘것들은 깊이가 없음 ㅇㅇ 우리 때 것이 쵝오 ㅇㅇ' 이ㅈㄹ하고 있는 중년 꼰대랑 나는 대체 뭐가 다른지

 

갑자기 무서워지는 것이다

 

 

 

 

2. 정체성 의심

아무튼 과거와는 본질적 변화가 없는(발전이야 있었겠지만) 시나위 음악을 듣다 보니, 정체성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데

 

예전에 메탈리카와 루리드가 합작해서 만든 '루루'라는 앨범이 있었다.

나름 콘셉트는 괜찮게 잡았으나(루루의 유래 이런거 쓰기 귀찮으니 나중에 시간나면 따로...), 전혀 다른 둘의 특성이 애매하게 섞이다 보니,

메탈리카가 엄ㅋ청ㅋ 가열차게 까였었지.

대체 메탈리카의 특성은 어디로 가고 이게 무슨 뭣도 아닌 잡탕밥이냐며 비웃음을 샀었고, 나도 그 앨범을 들으며

'루리드 선율을 메탈리카 리프 깔고 연주하넹?'

뭐 이런 느낌으로 어색하다는 느낌을 받긴 했었다.

 

 

일단 루루 앨범의 문제는, 메탈리카와 루리드의 (각자 너무 분명한) 음악색이 딱히 어우러지지 못한 채, 각자의 특성이 단순히 'ctrl+V'된 느낌이었다는 게 에러였을 수는 있지만....

 

 

그것보다 지금 하고 싶은 이야기는 정체성에 대한 개념 문제.

뭐, 사실 '자기 색깔'이라는 것이 어디까지인가, 참 애매하다.

음악하는 사람들도 맨날 똑같은 것만 만들면 지겨울 것이고, 창의력 대장이라면 뭔가 급격한 변화를 주어 완전히 다른 것을 만들고 싶은 욕구가 있을텐데

너무 많은 변화를 주면 또 다들 '자기 색깔' 운운하며 까기 쉽겠지.

대체 '자기색깔'이라고 인지할 수 있는 요소를 어느정도까지 유지해야 하는 건가.

 

 

 

그렇다고 자기색깔이라는 것부터가 이미 허구며 꼰대짓이라고 결정지어버리는 것 역시 성급하고.....

분명 정확히 경계를 짓고 표현하기 힘들 뿐이지, 어떤 '경향성'은 존재하고 있으니까.

 

 

 

3. 다원주의 의심

그러니까,

삶은 '적절한 정도'를 탐색하고 정하고 점검하는 쉼없는 과정을 포함한다.

그런데 이 '적절한 정도'라는 것도 딱히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속한 사회의 규범이나 분위기나 맥락이나 패러다임 등에 따라 계속 달라지니 맨날 존나 내가 알아서 눈치를 봐야 하는 것이므로 피곤한 것이다.

 

 

그래서 해체/다원주의적으로

'모두가 다르며, 다른대로 살면 되지 화합은 좃까라마이싱 모든 집단은 해체' 라고 외치는 것이 편하고, 실제로 난 그렇게 말하며 살아오긴 했는데,

사실 가슴에 손을 얹고 잘 생각해 보면 다원주의라는 것이 일종의 책임회피스킬로 작용했던 것도 사실이고,

나도 살면서 어떤 것이 '나쁘다'라고 느끼고 분노하고 있기도 한 만큼, 사실 어떤 기준이라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하니까

더 이상 다원주의 핑계를 대면서 결정을 회피하는 것도 비겁한 것 같으니 만큼,

무엇이 옳은지에 대해서는 다소 꼰대스럽게나마 생각해 줄 시점이 된 것 가트요.

그러니까, 잘 모르겠다고 중간에 포기하면서 '시발 귀찮으니까 다 맞아' 이런 짓은 하지 말고 이제 제대로 곰곰히 생각 좀 하자는....

 

 

그러나 무엇이 옳은지 '결론'을 내릴 시점은 과연 '언제'인 것인가.

뭔가 결론을 내리는 순간, 이미 내 머릿속에서 메두사 머리카락처럼, 또아리 틀고 있던 의심들이 대가리를 치켜올리며 '그거 아ㅋ님ㅋ 나도 맞거든? '이 지랄을 하는데 어쩌라는 건가.

뭐, 결론이야 얼마든지 살면서 변경하거나 수정하면 되니까, 가볍게 아무 말이나 대충 쳐 하고 사는 것이 나을까. (뭐 사실 요즘 거의 그러고 있긴 하다만)

 

 

 

4. 결론

아... 문제는

그냥 내가 이미 이렇게 모든 것에 의혹을 품도록 타고난 것을....

 

모든 것에 의심을 품는 NT...

게다가 판단따위 못 내리고 일단 정보부터 수집하는 P...

으아아아아아아 엠비티아이 찬양합니다.

 

 

 

 

한줄요약 : 나는 NTP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