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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물들/듣기(음악)

불면증 치료제 :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불면증 치료제로 유명한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이미지 from wikipedia.org

 

1.

클래식 음악에 조예따위 없지만, 아주아주 옛날 초중딩 청소년기에 교과과정으로 클래식을 배울 때 -_- 그나마 서양클래식 음악을 들었던 기억에, 추억팔이 해볼까나.

 

암튼 그땐 바로크, 고전, 낭만 이정도까지 배우고 듣게끔 시켰던거 같은데, 당시에 그냥 들을 때 좋아했던 것은 바흐와 모짜르트였던 거 같다.

모짜르트는... 지금도 그 천연덕스럽게 밝거나 인간같지 않은(기계적 이런 느낌이 아니라 때묻은 인간이 만들 수 없단 의미) 음악을 듣다 보면 정말 성인 남자사람이 만든 게 맞나 싶어 ㄷㄷㄷ이다. 아무래도 뮤즈 내림굿으로 휘갈겨 쓴게 아닌가 시프요.

 

그리고 이 글의 주인공 바흐는 계산된 형식 안에서의 과하지 않은 서정적 멜로디를 구사하는 점을 좋아했습죠.

 

베토벤같이 감정폭발 휘몰이장단 들으면 우왕 머쪄~하면서도 솔직히 마음 한 구석에선 좀 불편한 구석이 있었음... 뭔가 과하다는 느낌이랄까.

(이라고는 하는데, 잘 기억나지 않는 유아시절엔 베토벤 매니아였다고 들었다 -_-; 뭐지... 애새끼 주제에 제대로 이해는 못했을 거고, 폭발적으로 우유가 땡기는 음악이었던 것 같다ㄷㄷㄷ)

 

물론 좋아한다고 딱히 챙겨 듣진 않는다. 쿨럭~ 그냥 나오면 좋다 뭐 그정도 -_-

 

 

 

2.

아무튼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원래 어떤 귀족의 불면증을 치료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당시엔 피아노가 없었으니까 초기의 건반악기인 하프시코드용으로 작곡됐었지. 무려 30개의 변주곡이 있다.

 

일단 변주곡이라는게 짧고 단순한 기본 선율이 있고, 그 선율을 이런저런 스타일로 변형시켜 여러 버전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유명한 걸로, 모짜르트의 작은별 변주곡이 있습죠. 반짝 반짝 작은별~~ 이걸 여러가지로 변주한 곡들을 모아놓았음.

 

따라서 변주곡은 발랄명랑시끌 버전이 아닐 경우엔, 거의 필연적으로 잠을 불러올 수밖에 없는 형식인 것이다. ㅋㅋㅋ

기본적으로 동일한 구조인데 그걸 변형하면서 30개를 연주한다고 생각해봐라...

잠 안 올때 양 한마리 두마리... 이 짓하는 거랑 근본적으로는 비슷한 것이다 ㅋㅋㅋㅋㅋㅋㅋ

 

 

이름이 왜 골드베르크냐하면, 아마도 그 불면증 귀족이 잠을 못 이루는 동안 밤새도록 하프시코드로 이 곡을 연주하고 있던 사람이 골드베르크라는 인간일 것으로 추정돼서...그 최초연주자 이름을 따서 골드베르크라고 지었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야간형 인간이 아니었다면 골드베르크도 참 힘들었겠네 ㄷㄷㄷ

 

 

 

 

3.

연주자로는 캐나다의 천재 발랄괴짜 피아니스트로 유명했던(지금은 고인) 글렌굴드가 유명한 것 같다.

어릴때부터 천재루트를 밟은 분이고, 그런 사람답게 연주한다.

그는 골드버그베리에이션을 총 4번 연주했는데 그 중 1955버전과 1981버전이 가장 유명하다넹.

20대(1955)에는 룰루랄라 하면서 이 곡을 연주했고, 50대(1981)에는 조금 더 무게감을 가지고 다시 이 변주곡 시리즈를 연주했다.

아무리 막귀라고 해도 두 버전을 비교해서 들으면 누구나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일단 20대에 연주한 버전이 속도부터 빠르다.ㅋㅋㅋ

조금 더 귀기울여 듣자면, 소리가 굉장히 가볍고(손이 날아다니는 게 느껴짐), 온 몸이 자유롭게 유영하는 장면이 눈 앞에 보이는 듯하다. 실제로 고무의자-_-를 갖다 놓고, 손을 뜨거운 물에 담가 데운 다음에 몸을 이리저리 흔들어가며 연주했다니 말 다 했음. (이후 30대부터는 공개연주를 꺼리고 음반 녹음만을 했으며, 사람과의 악수를 거부하거나 자기 등짝에 손댔다고 조율사에게 고소미 먹이거나 하는 등의 기행을 일삼음... 이게 연예인이 코디한테 감정적으로 신경질내듯 행동한 것이냐 하면 그런건 아닌거 같고, 연주에서의 느낌으로는 NT냄새가 난다(아니 또 MBTI 깔때기 ㄷㄷ) 연주만 들으면 분명 ntp같은데, 스케줄 관련해선 또 미친놈처럼 다 체크하고 난리를 쳤다니 j인가 모르겠네.)

 

흔히 형식적이고 딱딱하다고 생각하는 바흐를 새롭게 해석하고 굉장히 생동감 넘치게 연주하여, 당시 상당한 충격을 안겨 주었으며 아직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음반이다. 사람들은 음습한 우리네 인생사 냄새 나지 않는 철없는 천재에 경외하니까(이건 나이가 들면 들수록 그런 것 같다. 어릴 땐 나도 모짜르트의 아름다움은 전혀 몰랐는데 어느 순간 그게 오긴 하더라. 뭐 물론 그냥 순간의 느낌 정도고 챙겨듣진 않음 -_-;;; ).

 

 

50대에 연주한 버전은 척 들어도 20대때 것보다 일단 속도가 조금 느림.ㅋㅋㅋ

소리에 다소 무게감이 생겼고, 어른의 느낌으로 연주한다고나. 여전히 느린 감상주의는 허용하지 않는 경쾌한 스타카토로 연주하고 있지만, 확실히 어른의 냄새가 난다. ㄷㄷㄷ

 

 

이렇게 말하니까 무슨 굉장히 조예가 있는 것 같은데 -_- 그냥 두 앨범 중 몇 곡을 비교해서 듣고 있을 뿐이다.

아마 나중에 하나만 들려주면, 절대 모를 것임.

 

 

 

아니, 그런데 잠깨려고 음악 듣는데, 불면증 치료제를 듣다니 이게 무슨 짓... ㄷ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