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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물들/보기(책,만화)

[책] 진중권 씨의 미학책


2009년 10월 쓴 글을 옮김




1.

후우...그러니까 이 소인배 머리에 피도 안말랐던 시절, -┎
예술작품을 볼때 작품의 '외적인 요소'에만 주목했던 적이 있었다.


예를 들어, 노을이 지는 하늘을 그린 풍경화를 감상한다고 치면,

보통사람 : "아.. 노을 빛깔을 참 절묘하게 표현했어. 저녁무렵 쓸쓸해지는 사람의 마음을 검은색, 회색, 오렌지색으로 섞어 표현했구나. 섬세한 붓터치가 작가의 당시 기분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것 같네. 날아가는 비둘기의 어설프게 쓸쓸한 포즈와 저녁놀에서 노년의 쓸쓸함이 느껴져. 유한한 인생, 누구에게나 끝나는 저녁."

.... 정도로 평할 것을,


대갈휘에 피맺힌 소인배 : "오렌지 노을빛깔에 회색과 검정이 섞인 것은, 어떤 하늘(권력)에도 지배받지 않겠다는 작가의 의지를 뜻해. 하늘을 날고 있는 더러운 도시 비둘기는 일견 평화의 상징인 척 하지만 사실은 고인물처럼 나태하고 썩어빠진 보수세력이지. 즉 이 그림은 평화를 가장하여 현실과 타협하는 나태한 중도파에게 경각을 울리려는 그림이야."

..... 라는 식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즉, 그림의 표현기법, 미적 요소, 작품이 관객에게 정서적으로 와닿는 의미 등 그림 자체에 대한 것들은 사실상 배제한 채,

그림에 그려진 사물의 의미가 뭔지 어떤 의도가 숨어있는지 등 기계적인 도상학적 관점으로만 그림을 바라본 것.

이것은,
내가 특별히 상징, 알레고리, 역사 등에 정통했기때문이 아니라...

단지 내가 그림을 쥐뿔도 그릴 줄 몰랐기 때문이다 -ㅁ-

기타 칠 줄 모르는 사람이 기타 연주를 들으며 이게 정말 잘 치는지 못 치는지 잘 분간하지 못 하는 것처럼,

정규 미술교육을 받거나 심도있는 창작활동을 해 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그림의 표현력이나 심미적 요소에 대해서는 까막눈이기에, 감히 그런 요소들은 건드려보지도 못하고

그나마 좀 더 익숙한 상징체계니 사회가 어쩌구 작가의 정치적 의도가 사실은 어쩌구 이따위 소리나 하게 되는 거시었돠 -ㅁ-

게다가 머리에 피도 안마른 레벨1의 젖뉴비 어린이였기에,
경험부족으로 작품이 표현하고자 했던 감정들에 동조하지 못했던 것들도 있었겠지... 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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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여기서 나의 꼬꼬마 젖뉴비시절 어설프기 이를데 없는 예술감상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진중권 씨의 그림평론 책을 하나 읽고, 살짝 그때 생각이 났기때문.

그 역시 화려한 글빨로 예술작품을 평하면서,
작품 자체의 미적 완성도보다는, 그림 속 요소들이 갖는 정치적/사회적 함의에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ㅎ

그래서 이 분 역시 창작을 하는 인간은 아니기에, 이런 외적 요소들을 이용해 작품을 읽을 수밖에 없는 처지인가.. 생각했다는 것ㅎ


(나중에 보니, 철저하시게도 살짝 서문에 '예술작품 감상에는 여러가지 관점이 있는데 자신이 지금부터 사용할 관점은 감성적이 아닌 지적인 측면이다 블라블라' 이런 식으로 길게 써 놓았더라는 거)


아아 이렇게 말하니 마치 나는 예전과는 달리 지금 예술감상에 대한 엄청난 혜안을 갖게 된 것처럼 들린다 -ㅁ-. 물론 나이 먹고 경험치가 쌓이며 뭉클뭉클 감성은 그나마 예전보다는 길러졌지만,

여전히 그림은 그릴 줄 모르고 있으며....

안타깝게도 더욱 무식해졌다.........

(그나마 머릿속에 있던 몇 개의 '생존용' 얄팍한 인스턴트 지식들은 개나줘표 나쁜머리에 의해 자연 방전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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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음 암튼, 젖뉴비소인이나 중궈니횽의 관점으로 작품들을 접하게 되면,

대체로 좋아하는 작품들의 성향이 정해진다.

미적으로 아름다운 작품이 아니라, 여러가지 이야깃거리가 나올 수 있는 그림들.

즉,

졸 특이한 요소들이 있어서 파격적이고 재미있는(즉 내 구미에 맞는) 해석들이 나오거나

생긴게 졸라 단순해서 상상력을 자극시키는 것들이다.

특히 단순하게 생긴/ 게다가 기존 해석이 뻔했던 작품들은 (예: 중세물)

작가의 의도와는 전혀 상관없이 내 맘대로 자유롭게 해석한 후,

"작품은 해석하는 자의 손에 맡겨지는 거임"

이라고 주장하면 되기때문에 더욱 편리하다.ㅋ

그러한 까닭에,
중권이횽이 언급하던 몇 개 그림들이
젖뉴비소인시절 내가 관심있어하거나 좋아하던 것들과 꽤나 겹쳐서

굉장히 깜놀해버린 것이다.

예를 들어, 중세물이라던가...

(이 횽도 중세물 까지 않아서 춈 놀라고 좋았다...*-_-*)

히에로니무스 보쉬라던가...

(보쉬 매니아는 워낙 많긴 하지만..)

지오르지오네와 파르미지아니노의 그림 이야기를 하며 소설 '헤르메스의 기둥'을 언급한 부분에서는 깜짝 놀랐음.

게다가 그 소설에 대해 나와 완전 동일한 평을 해 놓아서 더욱 깜놀했다능...

암튼 그냥 '우왕 말 잘한다ㅋㅋㅋㅋㅋ' 이러고 말았던 중권이횽이 좀 더 친숙하게 보이는군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