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물들/듣기(음악)

[오페라] 라트라비아타


 
2008년 12월 쓴 글


기회가 생겨 베르디의 오페라 라트라비아타를 감상했다.

1. 사실 오페라를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하게 감상한 것은 처음이었다. (지금까진 중간에 모두 잠들었었음 -ㅅ-;;)

항상 잠이 들었던 이유는 다양한데,

1) 길다 -ㅅ-

2) 클래식 성악의 발성법으로는 화자의 감정이 잘 안 와닿는다. 익숙하지 않은 성악적 발성..이라는 필터를 한 번 더 거친 감정표현은 진성으로 부르는 뮤지컬이나 대중가요처럼 바로 가슴에 와서 꽂히지가 않더라.

3) 내용 공감이 안된다

등등등...이었는데

이날은 어쩐지 비올레타에게 쳠 감정이입모드였다는...

2. 라트라비아타의 내용은, 뭐 잘 알려져 있지만

사교계의 여왕인 여주 비올레타가 알베르토의 구애에 확 넘어가 둘이 욘애질을 시작하는데, 알베르토 아버지인 제르몽이 가문의 명예를 위해 헤어져달라고 부탁하여, 비올레타는 알베르토를 사랑하지 않는 척을 하고.. 알베르토는 질투심과 적개심에 불타 비올레타에게 개멍청한 짓들을 몇 가지 하고.. 최후에는 죄다 후회하지만 비올레타가 폐병걸려 뒈진다는 내용의 신파극.

예전 같으면 나는 저 '가문의 명예' 따위를 위해 둘을 갈라놓으려는 알베르토의 아버지 제르몽에게 가장 심한 반기를 들었을 것이다. (아마 온갖 가부장제와 기존권력 전복대상 이런 딱지를 마음 속으로 갖다 붙였을 것 -ㅅ-;;; 아아 소싯적 난 아저씨들을 너무 미워했다. 미안들해요, 아저씨들)

그리고 비올레타는 동정하면서도 저 멍청한 뇬...이라고 혀를 찼을 것이다.

(특별히 독립적 여성의 역할을 수행해야한다는 정치적인 생각은 아니고 그냥 좋아하면 좋아하고 말지 뭘 복잡한 일을 일부러 만드나... 하는 초단순한 생각.)

그러나 이번에 라 트라비아타를 감상하다 보니,

비올레타가 자신의 마음과는 전혀 다른 소리를 내뱉고 다른 행동을 해야하는데 대해 상당히 공감을 느끼게 되더라는 거...

자아 이제 나도 어른놀이에 동참하는 건가요.

그리고

3 알베르토 - 한심하고 나쁜 놈

2 제르몽 - 여전히 나쁘지만 최소한 한심하진 않은 놈

1 비올레타 - 불쌍하지만 이해는 되는 뇬

으로 알베르토가 젤 나쁜놈이라는 결론이 아주 서슴없이 내려지더라 -ㅅ- 뭐 그냥 한심하고 무책임한 놈일세.

귀찮아서 나중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