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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생각외마디

보고싶다

파란하늘, 노란 햇살. 건조한 공기는 깨끗했어.

햇살에 온통 얼굴을 구기며 얇은 원피스자락을 만지작거리던 나.

그리고 씨익 웃으며 머리를 매만지던 너. 

무심하게 함께 마시던 마가리타.

시큼한 살사와 버석거리던 나초의 촉감. 



잠깐.

명백한 왜곡이다.

그때 그 곳은 가느다란 보슬비가 내렸어.

하늘은 회색이었고 날은 늦봄에 어울리지 않게 으슬으슬했다.

너는 니트를 입었고 나는 트렌치코트에 재킷을 겹겹이 껴입었지.




그럼에도 그때의 너를 생각하면 파란 하늘에 쨍한 햇살이 생각난다.

사실은, 기분나쁘게 뼛속으로 스며들던 추위에 서로 투덜댔고

마가리타는 데킬라가 과해서 썼고, 소금에서는 감칠맛이 느껴지지 않았지. 

그럼에도, 

비록 내 행동, 내 말투, 날씨는 회색이었음에도, 

너와 함께 했던 그 순간들은 밝고, 쨍한 노란빛 햇살이 맑고, 파란하늘이 눈부신 

그런 기억들로 남아있어.




보고 싶다. 

다시는 그렇게, 바로 그 곳에서 그런 마음으로 그런 상황을 맞닿뜨리기 힘든 것을 알기에

네가, 그 순간이 

더 그리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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