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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생각들

허례허식을 참기 힘들다

컨디션에 따라 평소 관조하(려고 노력하)던 것들이 끔찍히 싫어지는 날이 있는데 오늘이 그날이다.



알고 있다. 삶의 많은 풍성함은 잉여가치에 나온다는 것을. 

쓸 데 없고 잉여로운 것들이 문화를 만든다는 것을. 

생존에 필요하고 남는 자원과 시간이 문화로 직결된다는 것을.


그럼에도 자발적인 즐거움이 아닌 누군가의 희생을 담보로 한 허례허식 문화만큼은 참을 수가 없다.

특히 개한민국의 관혼상제 문화에서 보이는 쓰잘데기 없는 허례허식, 내가 이만큼 받았으니 너도 저만큼만 받으라는 트레이드.

본인의 진실된 욕구 따위는 조또 찾아볼 수 없으면서 단지 '남들도 이만큼은' 하기 때문에 이루어지는 천박한 행위들.

그러면서도 자기자신은 결코 깨닫지 못하지. 진지한 자기성찰 따위 좃까고 그냥 조또 남보기에 좋아서 하는 행위라는 것을. 우리의 전통을 지켜야 된다는 허울 좋은 말. 대체 의미는 알고 하는 짓인가? 



만약 본인의 진실된 욕구를 바탕으로 한 것이라고 해도, 그것이 내가 아닌 타인에게 요구하는 것이 된다면 역시 참을 수가 없다.

나는 나고 부모는 부모고 자식은 자식이다.


그 까닭에 가끔씩은 관혼상제와 관련한 공손한 단어들을 보면 갑자기 토할 것 같은 기분이 된다.

효, 생신, 조상님 이런 멀쩡하게 공손한 단어들은, 더 이상 그 자체만을 뜻하지 않는다. 허례허식의 벌레같은게 우글우글 꼬여있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물론 즐거움을 위해 남을 희생하지 않고 본인이 자발적으로, 타인들도 자발적으로 즐겁게 허례허식을 실천하는 것은 좋다.

그들에게는 더이상 그게 허례허식은 아니겠지.

단지 난 그렇지 않으니까 난 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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