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물들/보고듣기(영화,애니,공연)

[게임] 이코


2012/01/26 02:29 2012/01/26 02:29
2008. 7월 작성 글을 옮김.

게임 이코

머리에 작은 뿔이 난 어린 소년 이코가 밀가루처럼 하얀 소녀 요르다를 데리고 그녀를 보호하면서 커다랗고 신비스런 안개의 성을 빠져나가는 것이 게임 목표. 점프하고, 상자를 밀고 그러면서 빠져나가야 한다. 퍼즐어드벤처라고 불러야할까... 페르시아의 왕자랑 비슷한 진행이라고 보면 됨.

1. 이 게임에서는 모든 것이 모호하다.

제대로 배경설명을 해 주지 않는다. 뭐 겜 시작하면 마을 이장이 미안하다고, 어쩔 수 없다면서 이코를 안개성에 제물로 처넣는다. 그게 끝. 요르다가 왜 도망가고 있는 건지도 명확하지 않다.

요르다와 이코의 언어도 알아들을 수 없다(신기한 나라 말을 쓴다. 둘이 서로도 말이 안통한다).

소위 말하는 화려한 '게임성'도 없다. 등장하는 적은 검은 그림자들(이코처럼 뿔이 나 있는 걸로 보아 이코처럼 제물로 바쳐졌다가 죽어 검은영혼이 된 불쌍한 존재들...이라고 유추)뿐이다. 무찌르기도 엄청나게 쉽다. 그리고 이코...높은데서 떨어지지만 않으면 죽지도 않는다. 플레이방식만 따지면, 응 사실 지루할거다.

사실

2. 이 게임의 진짜 훌륭한 점은.. 게임 속 신비스러운 안개성에 실재감을 주는 각종 장치들이다.

이 게임엔 BGM이 없다. 파도소리, 새가 끼룩끼룩 우는 소리, 물소리.. 이런 자연의 효과음이 간간히 들릴뿐, 사방은 온통 조용하다. 이런 조용함이 안개의 성..에 신비감과 실재감을 더한다.

(실제로 내가 어느 스코틀랜드의 어느 고성을 방문했는데, 켈틱전통음악이 나온다면 마치 놀이동산같은 느낌일 거잖아 -ㅁ-;;)

그리고 안개의 성 전경들..

이코의 작은 몸에 비해 성은 너무나 거대하다. 이코 시점으로 장소를 휙휙 둘러보면서 진행하게 되는데 진짜 ㅎㄷㄷ스러운... 특히 성 밖에서 시선을 아래로 내리면 발치 아래로 성벽이 까마득히 펼쳐지는데, 어쩐지 정말 떨어질 것 같은 기분에 온 몸에 소름이 돋는다.(나 고소공포증 있는데 그게 겜에서 그대로 와닿은 것은 처음ㅜㅜ) 암튼 나 황량한 고성 이런거 댑다 좋아하는데 이래저래 몰입하게 되는.. -ㅁ-ㅋㅋ

그러고 보면 앞에 말한 게임성부재와 배경설명의 모호함..이야말로 이 게임의 실재감을 완성하는 요소일 듯. 보통 게임을 할 때는 제작자가 게임 중간 중간에 심어놓은 장치들을 통해 게임 스토리와 배경을 이해하게 되고, 가이드받는.. 느낌을 받는데

그다지 친절한 설명이 없는 만큼, 정말로 내가 역사를 만들어가며 자율적으로 플레이하는 기분이 든다.

p.s.두번째 플레이하면 요르다 말하는걸 알아들을 수 있다고 한다. 전에 두번째 플레이 하다 말았는데... 그랬었나...? 플레이 해 볼까? 오히려 그게 해석이 되면 신비감이 떨어질 것 같아서 우려감이.. 사실은 겜 시작하는게 넘흐넘흐 귀찮아 -ㅁ-

p.s. 2 위처럼 써놓고 간만에 플레이하려고 시도했는데 조작법이랑 공략 까먹어서 귀찮아서 못하겠다. 근데 지금 봐도 역시 참 잘 만든거 같다.

p.s. 3 '이코'를 만든 프로듀서의 차기작 완다와 거상..을 아직까지 플레이하지 않았던 이유는 내가 완다와 거상의 '거상'을 상인.-_-;;으로 이해했기때문이다. 어디 돌아다니면서 장사하는 얘긴줄알아서 안땡겼다눈... ㅡㅡ;; 알고보니 그 거상은 거대한 석상...이었다. 역시 다시 확 땡기는군화..근데 귀찮을거 같다. 열정의 부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