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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2008년 7월경 쓴 글.
최고의 애니메이션을 꼽으라고 한다면 한참 생각해야겠지만
가장 소중한 애니메이션을 꼽으라고 한다면, 주저없이 꼽을 이 작품,
귀를 기울이면.
내가 대학 신입생 때 처음 본 이 애니메이션이 노린 관객층은 15세 내외의 청소년이었던 것 같다. 주인공은 중학생들이며, 중학생 정도 되는 아이들의 지극히 중학생스러운 고민과 성장을 다루고 있다. 구성은 사실 좀 산만했고, 마무리도 결국 중고생 정도 되는 아이들의 공감을 얻을만한 것이었다. 즉, 이 작품은 누구에게나 '이거 최고의 작품'이라고 서슴없이 추천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은 사실 아니다.
그럼에도 내가 이 애니메이션을 보고 무한감동에 빠져든 것은
1) 나는 성장물 매니아였다.
주인공의 고민과 성장을 진지하게 그려내고 있다는 판단만 들면, 표현이 좀 어설프다해도 무조건 진실이 담겨 있다고 마구 주장하며 너그럽게 감동해주는 경향이 있었다 (사실 다 늙어서 부끄럽지만 지금도 성장물이 좋다 *-_-*;)
2) 이 작품이 일상을 그려내는 방식이 나를 멍하게 만들었다. 아니, 정확히는 이 작품이 일상적인 풍경을 호기심어린 눈으로 그려내는 그 시각이 더없이 아련하고 친근했다.
주인공인 시주쿠가 고양이를 쫓아가는 과정에서 보이는 주택가 언덕길이라던가, 담벼락의 좁은 틈, 언덕에서 내려다 보이는 동네 풍경, 구불구불한 길을 건너 마침내 발견하는 언덕 위 작은 골동품 가게의 놀라움. 뻔한 일상에 기대감과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작은 마법같은 장면들. 길 헤매기.
어릴땐 어딘가 숨어있을 나만의 보물을 찾아 다락방과 지하실, 골목길을 뒤지면서, 그리고 지금도 가끔 평소 잘 걷지 않는 낯선 길들을 무작정 헤매면서 그 새로움에서 힘을 얻는 나에게 이 만화의 많은 장면들과 일상을 보는 시각이 공감/그리움을 자극한다
3) 골동품상점 할아버지, 바론남작 이야기, 시주쿠의 소설, 골동품상점 할아버지 친구들, 세이지와의 풋풋한 첫사랑
이런 것들 모두다 소박하고 따뜻. 어쩐지 뭉클.
4) 그리고 조금 덕후스럽지만... ;;;;
아아..... 저 기계시계를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갖고 싶어했던 것이다.
그러나 만들 능력도 없는데다, 파는 곳도 없어 결국 가볍게; 포기했던 그 어린시절.
.....지금도 욕심나네
이렇게 용두사미로 대충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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