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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물들/보기(책,만화)

[책] 제인에어, 그리고 두 부적응자

제인에어 by 샬롯 브론테





내용 :
"제인에어는~~ ♬ 어려서~~♬~ 부모님을 잃고요~~~♬♬♬ 숙모와~~♬ 사촌언니들에게 ~~♬ 구박을 받았더래요~~~♬♬♬"
...부터 시작한다. 그 후 고아 제인에어는 자선학교의 암울한 시절을 훌륭히 -_- 버텨낸 후, 부유한 집에 가정교사로 들어가는데, 집 주인 중년까칠남 로체스터씨와 사랑에 빠져 결혼 고고. 그런데 알고 보니 죽은 줄 알았던 전처가 살아있었고, 미쳐서 집 안에 감금돼 있었다는 것을 발견하여 쇼크를 받아, 그 집을 떠난다. 그 후 종교광 신실청년을 만나 함께 인도로 떠나려고 하던 제인은 로체스터에 대한 자신의 라부라부를 깨닫고 로체스터에게 돌아가는데(어헛! 예나 지금이나 매력은 나쁜남자가 이찌방인가!!), 로체스터의 집에 화재가 나 전부인은 죽고 로체스터는 장님에 팔ㅄ이 된 것을 발견한다. 그러나 제인은 숭고한 사랑의 힘으로 로체스터와 사랑에 골~인. ㄷㄷㄷ



줄거리만 보면, 일견 '까딱하면 bo슬아치가 될 뻔한 녀자'로 보이는 제인에어지만-_-, 물론 읽어보면 이야깃거리가 많다. 제인에어의 성장, 제인에어의 독립성, 당시 여성에 대한 인식, 당시 영국 사회반영 등등.

이런건 다 귀찮고, 이 중 나에게 가장 큰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은 두 캐릭터.
각기 다른 방식으로 현실에 부조화를 느끼던 두 여인이다.
그러타. 내가 부조화의 화신이다보니 언제나 부조화 캐릭터에게 눈길이 가네요~








1. 짐승에 가까운?! 미치광이로 그려지는 로체스터의 전처, 버사 메이슨.

서인도제도 출신의 부유한 상인 딸인데, 로체스터가 이 여자 돈 보고 결혼했음. 로체스터의 부는 모두 이 여자 재산인 것임. 근데 버사메이슨은 우울한 영국에 가서는 돌아버려서, '옷같은 것을 걸치고 있지만 네발로 걷는 것처럼 보이고 할퀴는' 짐승같은 존재로 그려짐.

(버사메이슨의 해석에 관심이 있으면 wide sargasso sea라는 책 or 영화를 보자. 국내 타이틀은 '카리브해의 깊은 밤'으로 나와있다 -_- 작명센스보솤ㅋㅋㅋㅋㅋㅋㅋ 아, 비비씨에서 비교적 최근 드라마로 만들었으니 그것을 봐도 괜찮을 듯.)


어익후 정열이 넘치는 포스터 ㄷㄷ 93년 영화라 좀 느낌이.jpg


자마이카에서 닭도 잡고 춤도 추며 자유롭게 자란 버사메이슨양.jpg




제인에어 원작 소설에서의 버사메이슨은, 서인도제도 출신으로 오리엔탈리즘과 비순종적인 여성상이 결합되어 아주 짐승에 가까운 존재로 묘사돼 있지만, 사실 자세히 보면 거의 제정신이다.
책에서 이 사람 묘사를 잘 보면 제대로 말도 하고 생활도 제대로 한다.. 정말 정신적으로 이상이 있다기보다, 그냥 발칙한 여성상 및 비이성적 '동양'(오리엔탈리즘 관점의, 서양 외의 야만 동양)에 대한 억압논리로 감금하고 있다고 보는게 맞다. 미친여자 감금류는 영미소설에 졸라 많으니 그닥 어이없는 해석도 아니지.

이 분은 '분노'가 압축된 존재다. 로체스터에게 욕을 퍼붓고(돈보고 결혼한 주제에 재산만 냠냠 먹고 자신을 가둬버린 몰염치한 ja슬아치니까 화가 나는 것도 당연) 지금으로 치면 마치 세상에 분노를 표출하는 락커같은 존재인 것이다. 예의나 정신가치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솔직한 육체의 가치를 존중하는데(이건 영화상 해석), 단지 당시엔 이런 분노의 열정을 승화시킬 수 없는 환경이어서 안타깝게도... 츄흑.... ㅠㅠ
사실 마지막에 그녀가 '화재로 인해 불에 타 죽었다'라는 것도 참, 마녀화형식을 떠올리게 하지 않는가.

그렇다. 그냥 전형적인 '중세 마녀' 전승을 이어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넹.








2. 제인에어가 암울한 학창시절 가장 친하게 지냈던 보살캐릭터 헬렌번즈.

누가 괴롭혀도 다 참고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엄청 초월적이고 지적인 보살캐릭터였는데 금방 죽었음;

헬렌번즈와 제인에어...라는 어떤 화가의 그림.jpg


헬렌번즈는 학교에서도 언제나 어울리지 않고 동떨어져 있었다. 성자 느낌인데, 간디캐릭터라고 해야할까나. (어떤 게임의 약탈왕 간디가 아니다) 모든 무지랭이를 이해하고 그들의 관점을 존중하며, 다 용서하는. 아 지쟈스의 소극적 버전 캐릭터라고 보는게 더 정확할 듯.
위에서 언급한 버사 메이슨이 현실세계에 광적인 분노를 표현해 낸다면, 헬렌 번즈는 아예 현실세계의 시스템을 회의함으로써, 초극하고자 한다. 일례로 제인에어가 헬렌번즈를 처음 만났을 때 읽고 있던 책은, 사무엘 존슨의 '이 세상 행복의 불가능함'에 대한 것.ㄷㄷㄷ

사실 적극적으로 분노를 표출하고, 물질세계를 바꾸려는 (영화상 해석) 버사 메이슨에 비해 헬렌 번즈는 너무 소극적인 것으로 보인다. 어떤 현실이 와도 궁극적으로는 다 쉣이니까 그냥 모두 불쌍히 여기고 정신가치에만 골몰하자니 ㄷㄷㄷ 뭔가 좀 갑갑한 듯한데...
하지만, 오히려 그의 숭고한?! 정신세계가 제인에어를 감화-_-시켜, 많은 영향을 끼친다(고 소설에서는 표현한다만 결말을 보면 과연 그랬나)

제인에어를 감화시킨, 헬렌의 일침 :
"If all the world hated you, and believed you wicked, while your own conscience approved you, and absolved you from guilt, you would not be without friends."
(세상이 널 미워하고 악의 축 취급을 해도, 스스로의 양심에 따라 행동하여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면, 널 지지하는 친구가 있을거야)


어떻게 보면, 한 놈이 가면 다른 놈이 오고, 세상 구조라는게 그리 쉽게 바뀌지 않는 것이 진실이다. 지금 당장 나쁜시스템을 때려부숴냈다고 해도 그 다음에 더 나은 것이 올 것이란 보장은 없ㅋ거ㅋ든ㅋ. 궁극적으로는 구성원들 자체 의식이 변화해야하는데.. 그 의식에 대한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헬렌번즈와 같은 정신고렙자들의 역할이라고 해야할까나. (순전히 사회적인 역할로만 보았을 때)








아무튼, 결론적으로, 어떤 방향이든, 자신에게 정말로 온전히 솔직한 자는 세상에 위협이 된다. 개인과 집단은 그냥 아예 본질적으로 다른 존재이며, 사회는 집단구성원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지, 개인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니까. 그런의미에서 상반된 캐릭터이지만, 버사메이슨과 헬렌번즈는 분명 집단에 위협이 되는, 어떻게 보면 영웅의 기본 조건을 갖춘 존재들인 것이다. 따라서 이 두 캐릭터에게 주목할 가치가 있을 것 같...고 물론 주목받고 있는 것 같다.ㅋ

※ 여기서의 영웅이란 세속적 가치로 위대한 일을 해내는 존재가 아니라, 비록 미움받더라도 기존 관습을 타파하는 존재를 뜻한다. 물론 이런 개념의 영웅은 반드시 유명해지거나 사람들의 추앙을 받지는 않으며, 오히려 미움과 몰이해 속에 천덕꾸러기로 삶을 마감할 가능성이 크다. 언젠가 재평가를 받을 수도 있겠지만, 그딴 기회도 없을 가능성이 물론 더 크다.

※※ 영웅의 기본조건을 갖췄다고 영웅은 아니다. 부조화를 느끼는 것이, 관습타파의 선행조건이라서 그렇게 쓴 것. 자극적인 단어 사용으로 비약 쩌네. 
 






p.s. 이 책을 처음 제대로 읽었던 당시에는, 제인에어가 자유로운 기질을 지니고 잇으면서도 궁극적으로 현실과 잘 타협하는 '현명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서 엄청난 염증을 느꼈고, 헬렌번즈에게 나름 감화?!를 받았던 것 같은데, 지금은 내가 딱 제인에어처럼 살고 있다.
뭐 이런게 삶이니까. 하고 ㅄ처럼 합리화하다가도, 사실은, 토 나온다.

그렇지만, 헬렌번즈를 인용하여, '스스로의 양심에 따라 행동하며 죄책감을 느끼지 않으므로' 괜찮아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