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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물들/보기(책,만화)

열세 번째 이야기, 다이안 세터필드

 

 

제목 : 열세 번째 이야기

작가 : 다이안 세터필드

장르 : 고딕소설

키워드 : 고딕, 대저택, 가족의 비밀, 고서, 신비로운 쌍둥이 소녀, 적당한 뒤틀림, 유령, 환상

추천대상 : 위 키워드를 담은 고딕소설의 분위기에 탐닉하려는 사람들

 

 

 

 

추천받아서 읽은 소설. 손에서 뗄 수가 없어 그대로 쭉 읽어내려갔다.

 

어릴때 나는 그 어떤 놀이보다도 동화책 읽기를 사랑했다. 해질무렵 창으로 희미한 빛이 들어오는 가운데, 글자만 간신히 알아볼 수 있는 어두운 방에서 고전동화를 읽는 즐거움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설렘이었다. 특히, 게르만쪽의 동화나 민담을 사랑했는데, 게르만 특유의 음울한 정서와 어두운 숲과 마법, 기괴한 동물들, 전사와 검, 창, 갑옷, 비밀과 기사, 왕족 등의 성과 속이 분리되기 이전의 비현실적인 세계가 펼쳐졌기때문에.

 

 

다락방이나 지하실의 퀴퀴한 잡동사니에서 설렘을 느끼던 약간은 음울한 아이였다면, 아마 19세기 영국 고딕소설이나 에드거 앨런 포우 등의 책을 좋아하게 되었을 것이고,

그런 사람이라면 이 <열세 번째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구성은, 현실의 이야기와 오래된 이야기가 흘러가다가 마지막에는 두 이야기가 연결되고 비밀이 밝혀진다.

사실 이 책이 문학적으로 지극히 뛰어나거나 내용 전개가 아주 놀랍거나 하지는 않다.

오히려 어떤 부분에서는 꽤나 상투적이기도.

 

그렇지만 이 소설은 고딕소설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탐닉하고픈 모든 요소를 '적절히' 갖추고 있어,

고딕류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그냥 좋아하는 과자를 먹듯이 끝까지 탐닉하며 읽게 될 것.

또한 글이 상당히 회화적이어서 고딕 분위기를 그려내며 상상하기에 아주 좋다.

 

 

위에도 썼지만, 19세기 영국고딕소설, 에드거앨런 포우에 대한 애착이 있다면 그냥 즐겁게 읽을 것이다.

 

 

 

아 아무튼,

이 소설을 추천하신 분이, 왜 이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을 분류했는지 알 것 같은 기분이 되었다.ㅎㅎ

간만에 그냥 온전히 즐기기만 했던, 독서의 시간.

  • EUNMIL 2012.06.08 17:54 신고

    빨리 이 소설을 읽어서 이 소설을 싫어하는 사람 쪽에 당당히 서고 싶군요 (응?

  •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06.09 20:49

    전 이거 처음 읽을때는 지루해하고 뭐 이리 작가가 창의성이 없나 싶어서 대강 보고 갖다줬따가 나중에 불현듯 생각나서 바로 서점가서 사왔어요 ㅋㅋㅋ 책 전체가 꼭 하나의 동화같고 무의식에 있는 이미지들 같달까 그래서 계속 되새기게 되더군요. 특히 찰리와 이사벨 부분은 저의 어떠한 오랜 공포를 자극해서... 같은 책을 재밌게 읽었지만 서로 다르게 감상하는 걸 발견하는 것도 재미나군요

    • land 2012.06.09 23:34 신고

      네 책 전체가 하나의 동화같고, 무의식 속 이미지 같다는 표현에 적극 동감합니다. 사실 저에게는 동화 = 온니 음울마법고딕ㅋㅋㅋ -_-;;;; (브레멘의 음악대 뭐 이런 동물들 나와서 협동하는 종류의 현실적인 동화는 거부)

      무의식 속 (가끔은 금기된) 이미지들을 많이 차용하고 있어 그것이 더욱 동화적이고 신비로운 느낌을 더해주더라고요.

      쌍둥이 오누이 숲 고성 등 모두 무의식 깊은 곳으로부터 뭔가 끄집어낼 수 있는, 문화적 국경 없는 소재들.


      저도 결론적으로 이 책 좋아요 ^^ (puss님의 단어를 사용해서 말하면) 작가는 창의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냈다기보다, 무의식적이며 잘 모르기에 공포스러울 수도 있는 소재가 살아 숨쉬는 고전동화세계의 특징을 제대로 포착하고, 잘 살려낸 것 같습니다.

      회화적 묘사부분은 그 동화세계를 잘 살려내는데 일조하고 있고요.

      아마 그래서 간직하고픈 책이 되지 않나 시프요...
      내러티브만의 재미라면 한 번 읽고 끝이겠지만, 마음 속 뭔가를 자극하는 모티브들로 가득한 세계를 만들어 냈다면, 언제든지 그 묘사들을 다시 읽으며 매번 (책 내용과는 별개일 수도 있는) 다른 상상세계에 빠질 수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