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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생각들

관용 부족

외국인 학생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의 소극적인 태도와 불성실함에 대해 온통 불만을 표현하는 이야기였다.

난 듣다 보니 왜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는지 온통 이해가 가는데, (아마도) 태생부터 메이저로만 살아온 그들의 입장에서야 이해할 수 없는 모양이었다.

예를 들어,

자신이 쓴 한글/영어 글을 누군가에게 수정해달라고 부탁하는 점을, 노력도 없이 게으르다고 이해한다거나
  --> 아무래도 원어민이 수정해주는 편이 더 좋은 건 당연한 건데.. 완성도 높은 작품을 위한 프루프리딩은 당연한거 아님?

한국어를 더 적극적으로 배우지 않고 한국어로 글을 쓰지 않으려 한다거나
  --> 한국에 위치한 학교에서 전공지식을 배우러 다니는 것이지 한국어를 배우러 온 것은 아니라는 점을 망각한 듯. 그리고 한국어로 글을 쓰는 것에 자신이 없으니 가능하다면 피해가려고 하는 듯함.
      (얼마나 주눅들고 자신이 없었으면 저럴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아파진다)

자꾸 노력없이 타인에게 의존한다거나
  --> 노력이 없는게 아니라, 심리적으로 자꾸 주눅들어 자신이 일을 제대로 해낼 수 없다고 느끼니까 
        어쩔 수 없이 누군가 도움을 주는 사람에게 자꾸 의존하게 되는 것

하는 점들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는데...
일단, 그 외국인학생이 소수자로서 다른(게다가 자신을 인정하지 않는) 커뮤니티에 있는 것만으로도 굉장한 스트레스임이 느껴져 가슴이 아플뿐이다.
이런 감정을 어떻게 설명해줘야 할 지 알 수도 없고, 구구절절 말하려니 너무 길고.

게다가 세상에는 성격이 꼭 적극적인 사람들만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살지 않는 사람들은 병신인 것도 아닌데,
좀 강하다는 사람들이 수동적이고 약한, 그리고 심리적으로 주눅들어 있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용기를 주지는 못할망정 '너 왜 이렇게 행동하지 못해?'라고 닥달하고 강요하는 것을 보면 엄청난 반발감이 솟아오른다.
(하지만 난 비겁하니까 대부분의 경우 그냥 가볍게 언급하고 넘어가지 ㅡㅡ)

물론 나도 그런 약한 사람들에게는 '넌 생존을 위해 좀 강하게 살아야 한다'고 닥달하고 충고를 하고 싶겠지만, 문제는 충고를 떠나 배려가 너무 없다는 것.
너무 여유없게 칼같이, 기준에 미달하는 자를 잘라버리니까 그게 안타깝다는 것.
약한 사람이 병신취급 당하는 것들은 정말 넘 많이 보인다.


더 큰 문제는, 그들은 이것이 관용부족이라는 점도 모르니까 문제. 오히려 충분한 관용을 베풀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문제.


이래서 empower the underpowered에 대한 이야기가 끊임없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군.

역시 사람은 가능하면 많은 것을 경험해 봐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된 인간이 되는데 더 가까워질 것이다.
그런데, 그러고보니 그들도 긴 인생동안 비슷한 것을 경험한 적이 있을텐데 왜 이걸 모르지? 이건 그냥 진짜 그냥 천성인가.



아... 뭐 나도 무의식중에 똑같은 짓을, 그것도 자주, 하고 있을 수도 있으니까, 미워하지는 말자.
그냥 나라도 언제나 의식을 똑바로 갖고 살아가야겠다고 결심. 뭐 얼마나 오래갈지는 모르지만.




....... 그런데, 사실은 이것이 바로 세상이야. 그저, 현상일뿐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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