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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월드

날았다

언제나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나는 공기의 밀도가 높은 그 세계에 있었고,
아무렇지도 않게, 어떤 문제 해결을 위해
그냥 슥 떠올랐다.

2-3미터 가량만 떠오르면 어느정도 고도 유지는 가능하다. 여기까진 깊은 숨 한 번 몰아쉬는 정도로 쉽게 떠오를 수 있다. 물론 이 높이에서는 기류를 이용하는 것이 좀체 힘들어서, 조금씩 조금씩 가라앉는다. 그래서 얼마 후면 바닥에 발이 닿아버리고 만다. 아니, 그 전에 땅개들에게 내 발을 잡혀버리고 만다.



좀 더,
그들의 천박한 손아귀가 닿을 수 없는 높이까지 날아 올라야 한다.


공중이 아닌 '하늘'에 있다고 느낄만큼 높게 날아오르기 위해서는,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다. 숨을 잠깐 참는 정도의 짧은 에너지로 그곳까지 온전히 올라가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각각의 높이에 따른 공기의 특성을 온전히 이해하고 그에 따라 팔다리를 지능적으로, 온힘을 다해 휘저어야 간신히 도달할 수 있다. 그렇기에 나는 이전에도 몇 번이고 커다란 측백나무 꼭대기에 올라 두려움을 질끈 누르고 몸을 던지곤 했다. 그 높이에서라면 기류를 타고 좀 더 쉽게 고도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그것은 근본적인 방법이 아니다.
스스로 그 높이까지 도달할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한다. 그 높이까지 스스로 도착해낸 경험이 필요하다. 그런 스스로 움켜쥔 경험에 의한 자신감이 없이는 무엇을 해도 결국,



나 역시 허황된 꿈을 꾸는 땅개에 불과한 것이다.


땅개들 사이로 뱀파이어가 축축하게 썩은 흙을 헤치고, 관뚜껑 밖을 향해 기다란 손을 내민다. 그렇지만 똑바로 응시해주겠어. 블라드테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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