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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월드

중세영주

A와 내가 주고받던 이야기의 내용은 중요하지 않아.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지만 이미 내용은 너나 나나 신경쓰지 않고 있었지.

A이 동공이 확장된 검은 눈동자와 크게 뜨여진 눈이 시선에 들어왔다.

그의 얼굴이 조금은 더 가까워진 듯했다.


잔인함이란 표현 양식일뿐이니까.


그가 말을 마치자, 그의 배에서 구불구불 내장이 길게 튀어나왔다.

그렇지만 튀어나온 내장은 표현의 하나일 뿐이다. 웬지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렇구나. 너는 해체된 내장을 좋아하는구나. 하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말없이 정면을 바라보고 나란히 앉았다.

A의 어깨와 나의 어깨가 부딪쳤지만, 둘다 피하지 않았다.

우리가 입은 사슬갑옷의 두께때문에 서로의 어깨가 어떤느낌인지 알 수 없었지만, 

그렇게 어깨를 맞댄채 그대로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연결돼 있는 느낌이었다.

적어도 나는 내장을 대줄 수는 없었으니까, 어깨만으로도 만족하자는 느낌이랄까.


그렇게 나는 내장을 연 중세영주와 다정하게 조우했다.




...뭐야 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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