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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월드

영혼의 조우

내 눈꺼풀에는 검은색 철실이 꿰매져있었다. 레이스업 부츠처럼 성기게 교차된 철실의 튼튼함에 맞서 눈을 뜰 수가 없었다.


그러나 나는 알고 있었어.

이렇게 육체의 감각을 차단해야, 정말 마음을 잠깐이라도 만날 수 있다는 것을.


캄캄한 가운데 따뜻한 느낌이 들고, 마음이 맑아졌다.

그냥 옷처럼 육신을 벗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내 앞에는 어떤 귀여운 아이가 앉아있었다. 친구와 함께. 꽤 미소년이네. 그의 영혼은 참 어리구나. 치기가 느껴졌다. 약간 붉은 빛을 띈 갈색 염색머리가 목줄기를 타고 내려와있었다. 내 영혼은 그냥 내 나이 그대로이거나 좀 더 많은 느낌이었다. 거의 1.5배의 나이차이가 느껴져. 역시 어디선가 검은색 철실로 시력이 차단됐을 그의 육신 역시 이렇게 어릴까? 


이렇게 육신의 껍데기를 벗은 상태에서만 우리는 만날 수 있다. 

그리고 유한한 인간인 우린 이런 순수한 상태를 길게 누리지 못한다. 시간이 길지 않아.


그와 나의 영혼은 짧고 가볍지만, 두근거리며 입을 맞췄다. 





요즘 꿈이 계속 고어모드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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