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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월드

다시 미소년과의 조우.

워크샵인지 강의같은 걸 듣고 있었는데 어떤 소년이 나를 반갑게 잡아 끌었다.

얼굴은 달랐지만, 알 수 있었다. 지난 번 꿈에서 영혼을 조우했던 그 소년이라는 것을.

나이를 알 수 없는 그의 맑은 얼굴과 손짓에 마음이 설렜다.


역시, 마음을 따라야겠어.


강의실이 분주한 틈을 타서, 잠시 밖으로 나왔다. 나가는 길에 누군가 날 쳐다봤지만, 볼일이 있다고 했다.

S양이 어느새 동행하고 있었다. 우리 셋은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고 가게로 향했다. 가게에 가면 재미있는 볼거리가 많을거야, 라고 말하는 S양의 목소리에서 즐거운 기색이 느껴졌다.




그리고 갑자기 빛도 없이 어두운 골목이다.

나의 소년은 사라져 있었다.

노란 가로등이 켜져 있었고, 십여개의 돌계단이 놓여있었다. 계단을 내려가면 시멘트로 된 작은 마당이 있다. 마당은 어슴푸레 잘 보이지 않았다.

그 외 사방은 온통 캄캄했다. 말 그대로 칠흑. 계단을 비춘 노란 가로등의 쨍함이 도리어 칠흑같은 어둠을 강조해주고 있었다.

어느덧 한무리의 여자아이들이 계단을 내려가 있는 것이 보였다. 언제나 그렇듯 그들은 별 일 아닌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며 내려가고 있었다. 


모두, 뒷모습. 누군지 모르겠어. 



잘은 모르겠는데, 심상치 않아.



나는 두근거리며 계단에 첫 발을 디뎠다. 바람이 세게 불어왔다. 계단 아래 돌로 된 마당에 쌓인 마른 낙엽이 흩날리는 게 보였다. 

바람은 의외로 선선하고 기분 좋았다. 심장의 두근거림은, 설렘이었다는 것을 그때 깨달았다. 


나는 머리카락과 옷자락을 날리며, 다음 계단으로 발을 내디뎠다.

날리는 내 옷자락이, 발 밑으로 느껴지는 낙엽이 기분 좋았다.




그렇게 나는 알 수 없는 곳으로, 

설레며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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