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이라는 단어에는낡은 나무바닥이 삐그덕대는 소리, 투박한 통기타의 울림, 하모니카, 옛 정원 등 주로 낡은 '내추럴풍'의 것들이 클리셰로 붙게 마련인데 이거야말로 보편적이라기보다는 사회문화적인 학습효과라는 걸 알 수 있는 것이, 나의 경우, 낡고 더러운 도시의 콘크리트 건물을 보면, 마치 원래 잘난 곳은 없던 소시민 아저씨가 하루하루 그저그렇게 나이들어가며나름의 개성을 갖춰가는 듯한 생각이 들며 어떤 그리움 비슷한 느낌이 들고, 기본 PC의 투박한 미디음원을 들으면 그 선명하고 단순한 소리에 아득한 유년기가 떠오르곤 한다. 바닥을 동그랗게 장식한 오바이트의 신냄새에서객기어린 젊음에 그리움을 느끼곤 하지. 아무튼 뭐, 지금은 거의 하지 않고 할 수도 없지만, 어릴 때 귀와 마음을 자극하던 싸구려 게임의..
부속품으로 착착 움직여오던 어느날,내 옆동네 부속품 12호는 갑자기 고장을 일으켜 울음을 터뜨렸고, 나는 아무렇지도 않았지만 그대로 밖으로 나갔다. 공장 휴업이다. 무턱대고 걷다가 절에서 우연히 만난 검은 피부의 중년은, 채식주의자이고 뉴햄프셔에서 살며 역사를 공부하며, 한국의 절을 구경하러 왔단다.합천해인사에 다녀왔다는 그 사람에게 무미건조하게 그 먼델 용케도 다녀왔네.. 하고 내뱉자, 그의 잿빛 눈썹이 움찔했다.'어떻게 그 아름다운 곳을 안 가 봤을 수 있지?' 다시 걸었다.내가 알던 옛동네는, 지나친 치장으로, 아무렇지도 않은 듯 갖고 있던 아름다움을 잃었다. 상점과, 공장휴업을 맞아 소비로 기름칠하고 '힐링'하려는 부속품들이 맞부딪쳐 굉음을 낸다. 세련된 간판, 작은 폰트로 미니멀리즘을 표방하는 ..
헐 아무생각없이 므브티카페를 보다가 깜놀해버렸음. sns에 대한 어느 intp의 말, '생각없는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sns를 이용하다 시간 아까워서 관뒀음''이유는, 생각많이하는 사람인 걸 알려지는게 싫어서'. 헐................순간 미친동감.............노출증걸려서 블로그질 싸제끼는걸 좋아하면서, 내 얼굴을 보며 일상을 공유하는, 아는 사람들 다수가 보는 건 싫은게, 그 이유 맞음. 내가 생각을 많이 하는 사람인걸로 알려지는게 싫고 부담스럽고 귀찮음. 물론 나의 일상에는 소수 나와 비슷하게 보이는 사람들도 있지만, 아무리 나와 비슷해보이고 나를 이해할 것 같은 사람들이라도, 그게 동일 집단 소속의 여러명이 되면, 그들간 상호작용에 의해 나에 대한 일종의 평판같은게 생겨나게 돼 있..
어릴 때 길을 지나가다가 먼 빛으로 산중턱에 마을이 있는 걸 보며, 신비스럽다는 느낌을 받곤 했었다.그 높은 곳을 힘들게 올라가서, 갑자기 등장하는 마을이라니. 마치 이 세상과 동떨어진 곳 같아서. 그들은 그들만의 세상을 만들어서 다르게 살아가고 있을 것 같아서 두근두근. 라퓨타와도 같달까 RPG에서 온갖 괴물 나오는 숲을 헤매다, 안전한 마을에 도착했을 때의 느낌이랄까. 이런 위험한 숲 한 가운데 있는 마을이라는 이질감과, 똑같이 무기를 팔고 식량을 팔고 사람들이 돌아다니는 환경에 대한 친숙함이 어우러져서 더욱 신비. 심지어, 그 높다란 동네에 방문하는 꿈을 꾸고, 너무 생생해서 실제로 내가 갔던 것처럼 착각하기도 했었지.지금도 일부 장면이 기억날 정도니까. 그걸 달동네라고 부른다는 걸뒤늦게 알아버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