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9월경 쓴 글. 백만년 전 남들 다 가는 유럽 배낭여행, 시류에 편승해 갔을 때 뇌리에 강하게 박아왔던-_- 화가들 중 하나인 고야. 그의 암울하고 내면적인 그림들(자식을 잡아먹는 사투르노..같은)을 매우 사랑하는 터라, 오늘 생각나서 하나 게트. 이 그림(거인)은 뉴욕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에서 소장하고 있다고 하는데, 직접 본 적은 없다. 컴컴한 어둠 속, 달은 이지러진 그믐달 이 곳은 세계의 끝 거인은 굳건하게, 그러나 체념적인 표정으로 먼 곳을 바라보고 있다. 세계의 끝과 막다른 힘과 영원한 고독
역시 2008년 7월경 쓴 글. 최고의 애니메이션을 꼽으라고 한다면 한참 생각해야겠지만 가장 소중한 애니메이션을 꼽으라고 한다면, 주저없이 꼽을 이 작품, 귀를 기울이면. 내가 대학 신입생 때 처음 본 이 애니메이션이 노린 관객층은 15세 내외의 청소년이었던 것 같다. 주인공은 중학생들이며, 중학생 정도 되는 아이들의 지극히 중학생스러운 고민과 성장을 다루고 있다. 구성은 사실 좀 산만했고, 마무리도 결국 중고생 정도 되는 아이들의 공감을 얻을만한 것이었다. 즉, 이 작품은 누구에게나 '이거 최고의 작품'이라고 서슴없이 추천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은 사실 아니다. 그럼에도 내가 이 애니메이션을 보고 무한감동에 빠져든 것은 1) 나는 성장물 매니아였다. 주인공의 고민과 성장을 진지하게 그려내고 있다는 판단만..
2008년 7월 글을 옮김 가끔 나의 뇌 월드 어딘가와 통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되던 완소 작가 Anne Rice♥ (일명 쌀여사 -_-..) 지금까지 국내에 수입된 그녀의 책 중 내가 읽지 않은 것은 아마도 단 한 권뿐이다. 심지어 테이프로 된 오디오북(테이프 12개-_-;)까지 구입했었으나 잠오는데 아주 최적(영어-_-++) 그래도 구입 당시엔 그뇨에 대한 사랑으로 반 이상이나 들었다눈 *_*. 응, 이 할머니야. 프로필을 읊어볼까. - 뱀파이어 연대기, 메이페어 마녀 시리즈로 유명. (빨간머리앤 보고 필받았는지 Anne라는 철자 스스로 선택) - 1941년 미국 루이지애나 뉴올리언즈 생. 1977년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발표. 이후 고고학적 지식과 오컬트적인 지식, 존재에 대한 고뇌를 담은 소설들을 쓰..
2008. 7월 작성 글을 옮김. 게임 이코 머리에 작은 뿔이 난 어린 소년 이코가 밀가루처럼 하얀 소녀 요르다를 데리고 그녀를 보호하면서 커다랗고 신비스런 안개의 성을 빠져나가는 것이 게임 목표. 점프하고, 상자를 밀고 그러면서 빠져나가야 한다. 퍼즐어드벤처라고 불러야할까... 페르시아의 왕자랑 비슷한 진행이라고 보면 됨. 1. 이 게임에서는 모든 것이 모호하다. 제대로 배경설명을 해 주지 않는다. 뭐 겜 시작하면 마을 이장이 미안하다고, 어쩔 수 없다면서 이코를 안개성에 제물로 처넣는다. 그게 끝. 요르다가 왜 도망가고 있는 건지도 명확하지 않다. 요르다와 이코의 언어도 알아들을 수 없다(신기한 나라 말을 쓴다. 둘이 서로도 말이 안통한다). 소위 말하는 화려한 '게임성'도 없다. 등장하는 적은 검은..
2008년 11월에 썼던 글을 옮김 디트로이트 메탈 시티 만화책/애니메이션/영화(마츠야마 켄이치 출연. 데스노트에서 L역할 맡았던)로 있음. 아직까지 이것보다 더 재미있는 애니메이션을 보지 못했다 ㅠㅠ 내용은, 소프트한 팝음악을 하고싶어하는 주인공이 어쩔 수 없이 유명한 데스메틀(게다가 악마주의계열 ㅋ)밴드의 보컬로 활동하고 있는데, 이 간극에서 벌어지는 재미있는 상황들을 그려낸 것. 웃음의 포인트는 사타닉데스메탈음악계열 클리쉐를 과장한 데 있기때문에, 과거에 메탈음악을 조금이라도 듣고, 그런 음악 및 문화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더더더더더욱 큰 웃음을 선사할 것이다. (아 메탈뿐 아니라 다른 계열 음악 클리쉐들 웃음거리 삼은 것들도 좀 나온다) 무대에서 닭잡고 자해하는 사타닉데스메탈 및 그쪽 문화에 별로 ..
대부분의 질문에 확답없이 살아가는 우유부단한 나이지만, 누군가 나에게 '최고의 앨범은 무엇이냐'고 물으면 거침없이 나올 이 답변... King Crimson, In the Court of the Crimson King (1969) 적절한 광기와, 일견 광기인 듯 하지만 치밀하게 계산된 이성적 사운드가 역시 계산된 불협화음을 이루는 가운데, 앨범의 각 곡이 모여 크림슨 킹의 신비롭고도 음울한 궁에 와 있는 듯한 환상을 자아낸다. 사실 가장 잘 알려지고 사랑받는 곡은 epitaph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첫 곡인 21st century's schizoman, 마지막 곡인 in the court of the crimson king.. 조용하고 명상적인 I talk to the wind 꿈 속을 그려내는 것만 같..
2008년 11월 쓴 글. 희생물은, 어떤 낙인이나 징표가 찍힌 것 중에서 선정해야했다. 신이 '이것이 희생제물'인 것을 알아볼 수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조금 튀는, 희생물의 징조가 조금이라도 보이는 인간에게 다수가 행하는 폭력은 언제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 (희생양이라고 해서 반드시 약하고 권력이 없고 선한 것은 아니다. 물론 약한 경우가 대부분이긴 하다만.) '저 사람 하나때문에'라는 마음을 갖는 순간, 이미 나 역시 희생물을 박해하는 군중의 하나로 발을 디딘거야.그렇지만, 어차피 사회라는 것이 희생제물 기반 위에 쌓여온 것이긴 하지. 여러모로 피곤하군. 뭐, 결론은 몽땅 싫어싫어~ 거리며 찡얼찡얼대는 것.
2008년 10월 쓴 글을 옮김 자기계발서는 좋아하지 않는다. 시간낭비하지 말고 모든 일엔 우선순위가 있으니 '중요하지 않은' 소소한 즐거움은 제껴라..라고 말하는 것, 그리고 궁극적인 목표로 조직에 융화됨을 최선으로 삼는 것, 대체 어떻게 이렇게 모든 일들을 쉽게 확신할 수 있는지 궁금한 것 등등 하라는 짓들이 나와는 가치관 베이스가 전혀 다른 걸로 보인다. 그러나, 예술 작품 중에도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지만 다른 면에서 의미있는 작품들이 엄청 많은 것처럼, 자기계발서도 잘 읽어보면 내게 쓸데없는 내용만 있는 건 아니다. (물론 사람이나 어떤 사물이나 각 부분들이 긴밀히 연결된 하나의 유기체라고 본다면 저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음이 전반적으로 다른 여러 면에 영향을 끼치고 있을지도 모른다. 머 오염된..
2009년 12월 쓴 글을 옮김 뻔한 문제에 열린 생각을 갖고 답변하기를 요구하는 상황들이 있다. 예를 들어, 1+1이 2가 아니라 다른 답변들이 나오길 바라는 상황들이다. 모든 문제 풀이에는 암묵적인 전제가 필요하다 . 1+1= ? 이라는 문제에 2라고 답을 하려면 1과 2, +, = 기호 등에 대한 정의의 (흔히 암묵적인) 공유 및 동의가 있어야 한다. 흔히 우리는, '1과 2는 자연수고, 자연수란 ~~~ 성질을 지닌 것이며, +와= 연산자는 무엇이며 이것은 십진법이고, 가로쓰기로 문항을 표기한 것이고.. 답은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표기하고 위 전제조건을 만족시키는 한에서 '참'으로 답해야한다 등등등' 머 그딴 뻔한 전제들은 편의상 생략하고 문제를 낸다. 물론, 이 전제들은 사실 문제 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