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일을 많이 한다고 해서 왜 꼭 나를 노예정신을 가진 인간으로 취급하나.왜 내가 '약자이기 때문에' 이런 저런 일을 할 수 없이 하는 것으로 취급하면서, 특정 행동들을 못 하게 하나.걱정해주는 건 정말 고마운데 사실 약간 굴욕이다. 너는 너 나름대로, 나는 나 나름대로의 중심을 잡고 있다. 너와 나는 같은 행동에 다른 의미를 부여한다.내가 너에게 친절하게 무엇인가를 부탁할 때는, 내 성격이 원래 거지같이 빌빌대는 스타일이라 그런 것이지, 너의 권위에 굴복해서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왜 '원래 그렇게 병신같이 생겨먹은 사람'의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가. 내가 이런저런 희생을 당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도, 웃기지만 내가 어느정도 자발적으로 하는 일이다. 물론 단순한 정신승리인 것처럼 ..
한참 바쁜 와중에 아는 사람을 만났다. 반가워하는데 차라도 한잔 할 시간이 되냐고 묻는다. 한국인 특유의 정서다. 뭐든 같이 먹어야 가까워진다고 믿는다. 많은 경우 사실이긴 하지. 가까워지고 싶어하는지 여부는 차치하고. 정말 시간이 없었기때문에 '시간이 없다'고 말해주었다. 사실이니까. 그럼 며칠 뒤는 어떠냐고 한다. 그래서 잠잘 시간도 없어서 모르겠다고 했다. 밥 먹을 때 보자고 한다. 밥은 때우기만 하기에 안된다고 했다. 상대는 그게 뭐냐고, 항상 시간없다는 핑계냐며 얼른 시간을 정하란다. 상대를 보기 싫은데 거절은 안 하고 질질 끄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그런데 진짜다. 반가운 걸 떠나 시간이 정말 없다. 약간 과장하면 잠도 못 자고 밥먹을 시간도 없다. 아 물론 대부분의 시간을 멍청하게 헤매..
아 ㅅㅂ 므브티가 선천적 경향성이라고하니 인팁으로 '태어났다'는 표현을 무식하게 쓰겠음. 아 진짜 왜 나는 j로 태어나지 않은거지?NT로 태어나면서 P를 갖고 있는 건 정말 불행이다. 몸만 어디 고정시킨다고 해서 되는게 아니다. 그냥 ㅅㅂ정신이 맨날 우주 한바퀴를 돌고 있는데 이게 물리적으로 되냐고. NT처럼 발전욕구를 타고난 애가 J의 실행력을 갖추지 못했다니.이러려면 차라리 S를 타고나던가 말이지. 그러면 좀 현실적으로 스스로를 바라보고 판단하고 만족할 수 있잖아.왜 하필 N과 P가 이렇게 극 높아버려서 언제나 스스로를 미워하는 순간을 맞아야 하는거냐고 크아아아아아아아ㅏㅏㅏㅏㅏㅏ게다가 E라도 되면, 그나마 실행력이 조금은 더 높아지지... 한마디로 INTP가 탑 오부 병신 오부 병신이라고. 거기에 I..
서점에서 이 책 저 책 뒤적이다가, 심리학을 가장한 자기계발서에서 읽었던 내용인 것 같다. 호구타입의 사람은, 이기적이면 나쁜 아이야~~ 같은 괴트라우마에, 개같은 책임감과 인류애같은게 뒤섞여 어떻게 해도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아무리 자기 권리를 찾으려고 해도, 금세 '내가 너무 이기적인게 아닐까'하고 생각해 버리는 것. 이걸 해결하는 방법은, 스스로를 객관화하는 것.스스로를 제삼자라고 여기고, 그에게 도움이 되는 조언을 해주자고 생각하는 것이다.제삼자에게도 권리따위 찾지 말고 모두를 위해 잠시 너를 희생해- 따위의 말은 쉽게 못하니까. 잠깐이지만, 이렇게 돌려 생각해 보니, 스스로에게 너무 가혹했다는 기분이다.남에겐 차마 권유하지 못할 짓을 혼자는 많이도 해왔구나. 생각보다, 좋은 사고 전환인 ..
부속품으로 착착 움직여오던 어느날,내 옆동네 부속품 12호는 갑자기 고장을 일으켜 울음을 터뜨렸고, 나는 아무렇지도 않았지만 그대로 밖으로 나갔다. 공장 휴업이다. 무턱대고 걷다가 절에서 우연히 만난 검은 피부의 중년은, 채식주의자이고 뉴햄프셔에서 살며 역사를 공부하며, 한국의 절을 구경하러 왔단다.합천해인사에 다녀왔다는 그 사람에게 무미건조하게 그 먼델 용케도 다녀왔네.. 하고 내뱉자, 그의 잿빛 눈썹이 움찔했다.'어떻게 그 아름다운 곳을 안 가 봤을 수 있지?' 다시 걸었다.내가 알던 옛동네는, 지나친 치장으로, 아무렇지도 않은 듯 갖고 있던 아름다움을 잃었다. 상점과, 공장휴업을 맞아 소비로 기름칠하고 '힐링'하려는 부속품들이 맞부딪쳐 굉음을 낸다. 세련된 간판, 작은 폰트로 미니멀리즘을 표방하는 ..
언제나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나는 공기의 밀도가 높은 그 세계에 있었고, 아무렇지도 않게, 어떤 문제 해결을 위해 그냥 슥 떠올랐다. 2-3미터 가량만 떠오르면 어느정도 고도 유지는 가능하다. 여기까진 깊은 숨 한 번 몰아쉬는 정도로 쉽게 떠오를 수 있다. 물론 이 높이에서는 기류를 이용하는 것이 좀체 힘들어서, 조금씩 조금씩 가라앉는다. 그래서 얼마 후면 바닥에 발이 닿아버리고 만다. 아니, 그 전에 땅개들에게 내 발을 잡혀버리고 만다. 좀 더, 그들의 천박한 손아귀가 닿을 수 없는 높이까지 날아 올라야 한다. 공중이 아닌 '하늘'에 있다고 느낄만큼 높게 날아오르기 위해서는,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다. 숨을 잠깐 참는 정도의 짧은 에너지로 그곳까지 온전히 올라가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각각의 높이에 따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