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식하다 죽은 산호초의 석회골격 껍데기처럼, 이파리도 없이 마른 가지 뭉치를 뻗은 나무 한 그루에 희고 단단한 반달이 걸려있었다. 나무에게 다가가 손을 대 보았지만 팔십먹은 노인의 인비늘처럼 생명력 하나 없는 건조한 가루가 묻어날 뿐이었다. "너의 미숙한 감각으로는 이미 떠나 버렸을지도 모르는 나무의 영혼같은 건 느낄 수 없어." 나뭇가지 위로 올려다 본 반달이, 한심하다는 듯, 검푸른 하늘로부터 내뱉었다. 그렇게 정원은 겉으로는 죽음의 형체를 띠고 있었지만, 아마도 내가 느끼지 못하는 사이, 어떤 의식이 벌어지고 있었다. 우두커니 서 있던 나도 발이 시려워져 집으로 돌아갔다. 의외로 가까이 있었네. 정원이. 얼른 날씨가 따뜻해지길. 어쩐지 이거 아침에 일어나면 쪽팔릴거 같은 글일쎄. 지금도 이미 ㄷㄷㄷ..
또 잠이 안 오네. 뭐 언젠가는 잠이 오겠지. 컨디션을 보아하니, 내일이나 모레는 죽어라 잠이 쏟아지게 돼 있다. 그러니 괜찮다. 상황에 대해 천진난만하게 불평이 솟아 오르려 할 때는, 떠올려보자. 무기력하게 수렁바닥을 치고 언제 다시 솟아오를지 기약이 없던 시절들의 느낌을. 사실 나쁜 것은 워낙 빨리 잊는 성격탓에, 또 그 시절의 모든 것을 오랫동안 의도적으로 회피해왔기에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동안 잘도 잊고 살았지. .............아니다, 솔직히 말하자. 분명 그 시절은 날 변화시켰다. 자존심같은 치기 어린 감정을 버리고 비굴함을 몸에 익히게 해 주었다. '살아남는 것 앞에는 모든게 가볍다'는 삶의 대 명제를 뼈저리게 느꼈다. 다른 사람들이라면 '자존심 상해서' 견디지 않을 것들도 그저..
그냥 어느 순간 갑자기 순간순간 떠오르는 장면들이 있다. 이국땅 어느 낯선 도시의 차가운 바다밤바람을 맞으며 친구와 찾아간 그저그런 홍합음식점, 그 적당히 상업적이고 적당히 친근하던, 그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전혀 특별할 것 없는 길거리의 모습에서 느껴지던 그 도시만의 에너지. 작은 마을에서 한밤중에 혼자 우두커니 바라보던 공사중 교회당의 스산하고도 설레던 느낌 ...아니 꼭 저런 특별한 여행장소가 아니어도 상관없어. 그저 북적거리는 번화가를 걷다가 갑자기 벅차오르는 자유로움에 심장이 터져서 이대로 죽어도 좋다고 생각했던, 뜬금없는 찰나의 느낌들 어느 오후, 지하도에서 계단을 오르며 눈 앞의 환한 빛에 공기중으로 그대로 산화되어도 좋겠다고 생각했던 그 순간 폭풍전야, 흐린날 거센 바람을 맞으며, ..
내용은 사진 한 장으로 설명 : 끗 참고로 저 위 사진은 영화속 인간눈에 비친 근접거리 태양이다. 뭐 솔직히 위 사진은 약간 실수로 캡처한 건 맞다. 대부분 올리는 대표 이미지는 뭐 이정도 되겠지. 그런데 이 영화에서 플롯이나 등장인물이 누구인가는 사실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좀 과장하자면, 에스에프로서의 과학적 배경설명 세계관 이런거 그닥 필요없다. 매니아들이라면 씹을 정도로 깔끔하게 좆까버렸다. 그냥 '우왕ㅋ태양(을 위시한 우주와 자연)은 존나위대함ㅋ'임 그리고 그것을 우주에서 직접 마주하는 인간이란 한낱 미물일뿐이니. 너희들은 태양의 지배를 받고 있다 섬겨라 태양! 아아 그런데 태양신 모시는 페루 원시종족도 아닌데, 왜 굳이 강추당해서 보냐고? -_- 다른건 다 차치하고라도, 영상과 음악 표현이 엄..
흔히 스포츠를 감상한다고 할 때는 스트레스 해소를 목적으로 하게 마련인데, 나의 경우 야구를 본 후에는 오히려 언제나 스트레스가 잔뜩 쌓이고, 피곤하고 경직되게 마련인 것이다. 그 이유는 주제넘은 감독놀이. 경기 한 시간 전쯤부터 라인업 뜨는 것을 살펴보며 수비위치 및 타순 체크. 그리고 이 선수의 기본 스탯과 최근 컨디션을 고려한 기용인지 적절성 여부로 까기... 초반엔 선발투수 제구, 구위 등 체크... 포수 볼배합으로 까기..내야수비 보면서 저 선수를 저 자리에 왜 기용했는지 까기.. 열심히 안 한다고 까기.. 주전이라는 놈이 수비가 저 꼴인데 2군한테 기회 안 준다고 또 까기... 불펜투수 등장하면 왜 쟤를 매일 출근시키냐 or 왜 잘 던지는 애를 벌써 내리냐 or 스탯은 보고 하는거냐 운운거리며..
그냥 의식의 흐름으로 써 봐야겠음. 전달을 위한 글이 아님. 지내보니 안되겠다. 주제파악의 시간을 좀 갖도록 하겠다. 평생 살면서 최고로 집중력이 개시망인 이유를 좀 정리해봐야겠다. 이것은 그냥 스스로를 다잡기 위한 훈계성 글이다. 제발 다 쓸때쯤에는 뭔가 느꼈으면 좋겠는데. 아 진짜 언제 철들건지. 1. 어처구니없이 조증모드이며, 사실은 아직도 심각성을 모르고 있음. 2. 머리와 체력과 지식이 모두 예전같지 않다는 것을 전혀 깨닫지 못함. 말로만 지랄거리지만, 사실 심각하게 느껴야 함. 족같은 허세다. 3. 충동 및 감정 컨트롤이 전혀 안됨. 몸으로는 앉아있는 척 하는데, 사실 전혀 정신적으로 느끼질 못하기에 그냥 머릿속으로는 어딘가 계속 여행중. 4. 조금이라도 샐 수 있는 환경이 있으면 새버리는 것..
외국인 학생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의 소극적인 태도와 불성실함에 대해 온통 불만을 표현하는 이야기였다. 난 듣다 보니 왜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는지 온통 이해가 가는데, (아마도) 태생부터 메이저로만 살아온 그들의 입장에서야 이해할 수 없는 모양이었다. 예를 들어, 자신이 쓴 한글/영어 글을 누군가에게 수정해달라고 부탁하는 점을, 노력도 없이 게으르다고 이해한다거나 --> 아무래도 원어민이 수정해주는 편이 더 좋은 건 당연한 건데.. 완성도 높은 작품을 위한 프루프리딩은 당연한거 아님? 한국어를 더 적극적으로 배우지 않고 한국어로 글을 쓰지 않으려 한다거나 --> 한국에 위치한 학교에서 전공지식을 배우러 다니는 것이지 한국어를 배우러 온 것은 아니라는 점을 망각한 듯. 그리고 한국어로 글을 쓰는..
(살짝 왈도체로 쓰여짐. 우리는! 한다 번역을) 괜히 킨다 음악을 할 수 없다 제어 나 자신! 시작되다 : 탈선 나는 간다 집에 이제 p.s. 고대자료이지만, 굳이 왈도체에 대한 첨언... [팀왈도란?] 1. 기원 : 마이트앤 매직이라는 게임의 한글화 과정에서, 번역기로 돌린 듯 엉성한 번역이 웃음거리가 되어 생긴 단어. 2. 왈도 : 마이트앤 매직 게임 중 한 존재감 없는 NPC 캐릭터의 이름으로, 그의 묘하게 존재감 없이 병신같은 모습과 이름(왈도)과 말투가 큰 반향을 얻어, 결국 이 엉성한 번역체가 '왈도체'라는 이름을 얻게 됐다. 원문 : hello there, a mighty fine morning. if you ask me, I'm Waldo. 3. 팀 왈도 알고보면 왈도체는 번역기를 단순히 ..
덕심을 떠나 블러드플러스라는 애니메이션은, 방영 전에도 굉장한 화제가 됐다고 들었는데, 한스짐머가 최초로 티비물 (게다가 미소녀애니메이션 ㄷㄷㄷ..뭐 흔히 말하는 '그 미소녀물'과 는 다르지만) 음악PD로 참여한다고 해서였다. (난 이 애니를 다 보고난 후에 서치를 하다가 알게됐을 뿐) 결국 이 뱀파이어 전기소녀물 애니메이션 OST에는 한스짐머와 마크맨시나가 참여... 전반적으로 우아하고 유럽적인 장중함을 풍기는 음악이 일본풍 애니작화와 어우러져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게 됐다. 물론 주인공 사야와 디바의 활동 무대 자체가 거의 유럽이기도 해서, 음악이 더욱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던 듯. 그런데 지금 붙여넣기 하는 곡은 짐머씨이야기가 아니라 그냥 일본작곡가가 만들고, 일본사람이 부른 평범한 노래다. 애니메이션..
소소하게 불편한 문제인데, 나는 에브리데이 지랄질이라 상처가 자주 생기는데, 문제는 평범하게 가벼운 상처를 입어도, 자주 곪아버린다는 것이다. 내가 혹시 상처를 더럽게 관리해서 그런가 싶었는데, 그런건 아니고, 좆문가의 말에 따르면 백혈구 수치가 낮아서 그런거 같다고 하네(병은 아니고 원래 낮았음). 백혈구 하니까 ㅎㄷㄷ할 수 있겠지만, 그냥 병도 아니고 별다른 건 없다. 단지 저 잘썩는게 귀찮고 불편하고 흉터남아서 싫고 그런건데... 요즘 습윤밴드류가 유행하는 것 같고, 나도 인체의 자연치유력을 믿고는 습윤밴드를 사용하려고 애를 써 봤는데, 잘 들을 때도 있지만, 나같은 좀비는 더 잘 썩는 환경이 조성돼서 쉽게 풍부한 고름을 생성하더라고 ㄷㄷㄷ 사실 곪는 증상이 오래 갈 때는, 이전에 병원에서 받았던 ..